대구 한 초등학교가 설 명절을 앞두고 6년 동안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노동자 2명은 사실상 무기계약직으로 일해왔지만, 학교 측은 예산을 이유로 시간 쪼개기 계약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결국 해고통보를 한 것이다.
대구시 북구 칠성초등학교는 배식원으로 일하던 안 모(46) 씨, 김 모(46) 씨에게 오는 2월 말 계약이 종료된다는 해고통보서를 지난 24일 보냈다. 이들은 각각 2012년, 2010년 입사 당시 1년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뒤, 따로 재계약서를 쓰지 않고 최근까지 일해왔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용자는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용해야 하고, 2년을 초과한 경우 그 비정규직 노동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무기계약직을 체결한 노동자로 본다.
안 씨와 김 씨는 입사 당시 체결한 계약이 끝난 뒤, 학교 행정실을 찾아갔지만 자동으로 갱신된다는 답변을 듣고 각각 5~6년씩 일해왔다. 3~6학년 34학급 학생들에게 조리된 음식을 배달하는 일로, 하루에 4시간 씩(주 20시간) 일했다.
지난해 12월 학교 측은 하루 3시간 미만 일하는 것으로 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주 15시간 미만 노동은 일명 ‘초단기 기간제’로 주휴수당은 물론 각종 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 씨는 “더 이상 많은 수당을 주면서 우리를 쓸 수 없다고 3시간 미만으로 채용하겠다고 교장 선생님과 행정실장님이 얘기했다”며 “근무 후 2년이 지나 재계약서를 써야 하지 않냐고 했을 때 자동으로 계약이 된다고 해서 그렇게 믿고 있었다. 처우가 점점 좋아지는 걸 보고 계속 일해왔는데, 더 안 좋게 계약을 하자고 하니 당연히 거부했는데 해고 통보서가 날아왔다”고 말했다.
안 씨는 “하루에 4시간 일해서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34학급 배식을 해야 하는데, 두 명이 3시간 만에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수당을 못 주겠으니까 시간을 줄이려고 하는 것 같다. 병가 한 번 안 쓰고 일해왔는데, 설을 코앞에 두고 일자리를 잃으니 억울하고 분해서 잠이 오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송영우 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 조직국장은 “노동청에 자문을 받았는데, 기간제법상 명백하게 2년이 넘었기 때문에 무기계약직으로 보는 게 맞다. 법 위반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교육청이 내부 규정을 들면서 무기계약 전환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던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26일 오전 10시 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는 대구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교육청은 학교 비정규직 부당해고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대구교육청, 학교 측과 면담을 가졌다. 정경희 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장은 “학교운영위에서 예산 마련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해고까지 왔다고 한다. 교육청이 좋은 방향으로 고민해보자고 제안했고, 학교 측도 예산 마련 방법을 더 찾아보기로 했다”고 면담 결과를 설명했다.
전종섭 대구교육청 행정회계과장은 “부당해고일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법적 문제는 한 번 더 검토하기로 했고, 다시 고용했을 때 급여 문제가 남는다. 학교 운영위에서는 더 이상 고용하지 못하겠다고 결정을 했기 때문에, 무기계약직인 조리원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며 “계약 만료 기간이 오기 전에 노동청, 학교, 교육청이 최대한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오늘 면담 후 교육청과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2월 15일 다시 면담을 갖고 해결책을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