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4시, 대구교육청 앞 광장에서는 대동초등학교(북구) 통폐합에 반대하는 학생과 학부모 3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대동초를 폐교 처리하는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교육청이 관련 행정 절차를 이미 진행 중이라며 위법하고 졸속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부터 대동초 통폐합 계획을 세워 추진하던 대구교육청은 12월에야 대동초를 폐교 처리하는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오는 2월 시의회에서 이 조례가 의결되면 대동초는 공식적으로 폐교돼 더 이상 학교 기능을 할 수 없다.
의회 결정에 따라 대동초 폐교가 보류될 수 있지만, 대구교육청은 이미 대동초 폐교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5일 신입생 예비 모집을 하면서 대동초로 통학이 배정되어야 하는 학생들도 산격초로 모집했다.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대동초 폐교에 따른 산격초 학급수 조정도 마친 상태다.
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관계자는 “학급 편성 통보는 했다”며 “학생이 편성된 게 아니라 행정적으로 학급을 이렇게 편성하겠다고 통보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산격초와 대동초로 가야할 학생이 100명이 있다면 종전에는 70명이 산격초, 30명이 대동초로 가야하는데 통합되면 100명 모두 산격으로 가니까 그에 따라 학급을 늘리는 편성을 했다”고 설명했다.
임성무 작은학교살리기대구공대위 공동대표는 “시의회가 아직 조례를 통과시키지도 않았는데, 교육청은 벌써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2월 초에는 대동초 교사들을 다른 학교로 발령낼 것”이라며 “위법한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교육청은 문제없는 행정 절차라는 입장이다. 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관계자는 “반대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지적하지만, 적절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공대위에 따르면 현재 대동초와 산격초 통폐합에 반대하는 학부모 중 다수는 통폐합이 결정되어도 학생을 산격초로 보낼 생각이 없다. 이들은 인근 북대구초등학교로 학생을 전학시킬 생각이지만, 교육청은 여기에 대한 대비는 하지 않은 상황이다.
임성무 공동대표는 “학부모 절반 이상이 기분이 상해서 산격초에 갈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가 북대구초등학교로 옮겨가려고 확인도 했지만, 북대구 초등학교에서는 아는 바가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전했다.
대구교육청은 지난해 유가초등학교를 통폐합하면서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 교육청은 유가초 폐교 조례가 통과되기도 전에 유가초 교장과 교사를 통폐합 예정 학교로 발령해 업무를 보도록 했다.
당시 대구시의회는 행정 및 교육 일정상 조례 통과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대구교육청의 막무가내 행정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대신 류규하 시의회 의장은 조례가 최종 의결된 본회의에서 “교육청에서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과 같은 지역사회와 교육수요자의 공감대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계획단계부터 현장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지역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진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의장 당부에도 교육청은 이번에도 유가초 통폐합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입법 예고된 조례안은 일정대로면 오는 2월 8일 열리는 대구시의회 247회 임시회에서 처리된다. 3월 신학기를 앞두고 대구시의회는 2월에 한 번 열린다. 조례를 논의할 수 있는 유일한 회의 기간인 셈이다. (관련기사=대구교육청, 또다시 작은학교 통폐합 강행으로 갈등 조장(‘16.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