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집단 상담 캠프에서 배포한 성폭력⋅성희롱 예방 수칙이 피해자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대 학생상담센터는 지난 17~19일 2박 3일 동안 진행한 집단 상담 ‘두드림 캠프’에서 ‘성폭력⋅성희롱 예방 행동 수칙’ 안내문을 배포했다.
안내문은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하여’,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하여’라는 큰 제목에 각각 10가지, 14가지 세부 항목으로 나와 있다.
혹시 모를 성폭력, 성희롱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이 상대방에게 성폭력, 성희롱이 될 수 있는지 파악하고, 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 안내문은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항목이 상대적으로 많아 마치 성폭력, 성희롱 발생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안내문에 따르면,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수칙은 ‘자신이 가는 곳을 집단에 정확히 알린다’, ‘힘과 자신감을 기른다’, ‘어디서든 혼자 택시 타고 집에 올 수 있도록 비상금을 소지한다’, ‘술은 자신이 조절 가능한 만큼 마신다’ 등 모두 14개다.
당시 캠프에 참여한 박진(25, 경북대) 씨는 안내문을 보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 씨는 “안내문을 읽다 보니 피해자 칸이 훨씬 큰 게 눈에 띄었다. 내가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더 신경 써야 하는 건가 이런 생각도 들었다”며 “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한 기준이 있으면 그렇게 안 하면 되는데,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눈 것도 불편했다”고 말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음담패설은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시민이 하지 않아야 하며, 술에 취했다고 해도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당해서는 안 된다”며 “전형적인 성폭력 유발론이다.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할 일은 없다.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시민으로서 성폭력, 성희롱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생상담센터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2박 3일 프로그램이어서 혹시나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까 간단히 공지한 내용이다. 성폭력 담당 선생님께 자료를 받았는데 내용이 많아 일부만 편집했다”며 “정식 성폭력 예방 교육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불편하게 느꼈을 수 있었다는 것은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며 “성폭력 담당 선생님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