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7월 1일부터 19일까지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립니다.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억압받았던 성소수자가 자신의 존재를 그대로 드러내고 표현하는 장입니다. 2014년 제6회 대구퀴어문화축제부터 기독교단체를 중심으로 동성애 ‘혐오’ 입장에서 축제를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이 때문에 중구청의 장소 대여 거부, 최근 법원의 결정으로 다행히 퍼레이드를 열 수 있게 됐지만 대구지방경찰청이 행진 금지를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뉴스민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대한 현실과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의?글을 연재합니다. 이 연속기고는 뉴스민과?더불어 평화뉴스에도?게재됩니다. 첫 번째는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공동대표의 글입니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뿌리 깊은 사회적 낙인과 편견으로 1년 중 364일을 자신의 성적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오다가 더는 억눌리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축제로, 소수자로서의 희로애락을 가장행렬(parade)의 형식으로 화려하고 즐겁게 표현하는 문화와 인권의 장이다.
그래서 성소수자들에게 대구퀴어퍼레이드 날은 “복장을 차려입는 성소수자들의 명절”이고, 1년에 딱 하루 있는 “1년을 버티는 힘”이 되는 날이다. 이날만큼은 억눌렸던 성소수자들이 도심에 함께 모여 자신의 성정체성을 떳떳하게 드러내면서, 사회로부터 훼손당해온 자존감을 회복하고 지지받으며 “자긍심(pride)”을 얻어가는 중요한 축제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2009년을 시작으로 해마다 동성로에서 열리고 있는 성소수자의 인권과 문화를 위한 축제다. 당시 모 일간지가 ‘여름을 앞두고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찾을 수 있는 문화행사’의 하나로 소개하기도 했고, 지난 2010년 3.8세계여성의 대구경북 기념행사에서 ‘지역의 성평등을 위해 성소수자의 문제를 이슈화하여 성의 다양성과 성문제가 해결되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성평등 디딤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기독교단체는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지난 5월 28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6월 1일 윤순영 중구청장과 면담 자리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사에 대한 반대천명을 요청했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존재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공공연한 탄압과 억압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단체 모 대표는 ‘하필 그분이 지금 에르스를 이 땅에 보낸 이유를 아는가?’라며 ‘메르스와 에이즈가 결합할 경우에 슈퍼바이러스가 되어 국가적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혐오와 억척의 망발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대구퀴어문화축제의 퍼레이드에 대구시민의 참여를 더욱 확대하기 위하여 옥외집회(시위.행진)신고를 대구지방경찰청에 하였으나 대구지방경찰청은 ‘집시법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의 사유를 들어 대구퀴어문화축제의 퍼레이드 에 관한 옥외집회 금지 통고를 하였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 소수자가 불합리한 차별과 억압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조성하는 구실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이 지속적인 탄압이 있었지만, 법원은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성수자의 집회시위의 권리를 인정하였다. 즉, 대구지방법원은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집회금지통고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태도를 보면 여전히도 성수자의 인권과 권리라는 말은 너무나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최근 지난 6월 26일 미국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면서 미국의 50개 주 전역에 허용했으며, 6월 9일에는 서울의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 17개국 주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했다. 또한, 기독교단체를 비롯한 혐오세력들의 탄압과 억압이 오히려 우리의 저항을 깨우고 대구경북 시민사회 및 사회적 소수자와 자연스러운 연대를 꾀할 수 있었으며, 마침내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역설적으로 흥행이 되고 있다.
혐오스러운 존재로 낙인을 찍고 편견과 차별로 무장한 저들이었지만 우리는 연결된 힘으로 우리 앞에 닫힌 문을 열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저들이 혐오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강해졌고, 저들이 힘으로 누르면 누를수록 우리는 더 높이 튀어 올랐다. 그동안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는 그림자처럼 뿌리 깊은 사회적 낙인과 편견으로 우리는 그동안 가장 차별을 많이 받고, 가장 사회의 구석진 곳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숨죽여 살아야 했다.
우리는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정말 잘 치러야 생각한다. 당일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잘 치르는 것은 하나의 행사를 치렀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개최 여부는 한국사회의 민주적 다양성과 소수자 인권존중, 관용의 정신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외칠 것이다. 사랑하라! 저항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