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여러분의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고 AS하는 기사들입니다. 주 7~80시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주를 타지만 직장인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는 4대보험도 가입하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하나둘 모여 작년 3월 노조를 만들고, 1년의 파업 끝에 임금단체협약을 맺었습니다. 그렇게 당당하게 맺은 임금단체협약조차 적용받지 못 하는 게 저희 입니다.”
지난 1년간 파업으로 사측과 4대보험 가입, 근로시간 단축 등을 약속하고 업무에 복귀했던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AS기사들이 또다시 거리에 나섰다. 지난 4월 맺은 임금단체협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1일?저녁 대구시 중구 삼덕동 SK브로드밴드 대구경북지사 앞에 20여 명의 SK브로드밴드 AS기사가 모였다. 지난 4월,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규직 전환, 4대보험 적용, 근로시간 단축, 평가지표 현실화, 생계지원대출 등의 내용으로 임금단체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사측의 실적 압박은 근로시간 단축을 무색하게 했고, 생계지원대출 또한 시행되지 않았다.
이들은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정했다. 그러나 당일 처리율, 해피콜 만점 등 실적을 압박하는 평가지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예전처럼 주 7~80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들의 이런 평가지표를 ‘갑질 지표’라고 표현했다.
정대순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북대구지회 조직부장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항상 만점만 받을 수는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만점 요구는 부당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회사는 80점, 90점은 필요 없으니 그 사유를 체출하라고 압박한다”며 “우리는 단체협약을 이행하라는 그 요구 하나다. 앞에서는 생색내고 뒤에서는 말 바꾸는 SK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년간 파업 동안 상경투쟁을 벌였던 정동철 남대구지회장은 “장기화되는 파업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조합원들을 위해 단체협약에서 생계대책을 약속받았다. 대기업인 SK에서 약속을 어기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단협을 체결한 지 석 달이 지나도록 우리는 생계지원을 젼혀 못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