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하는 사람들은 커피 한잔하고 가이소”
12일 성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대구 K2공항 이전사업 설명회 시작부터 성주군민들은 반으로 나뉘었다. 오후 1시, 설명회 시작을 앞두고 ‘성주 공항은 대박’이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대구공항성주이전용암면추진위원회 위원들은 회관 입구 오른편에 모인 찬성 주민들에게 커피를 권했고, 왼편에서는 반대 주민들이 피켓과 머리띠를 두르고 이전 반대 구호를 외쳤다.
소란을 지켜보던 용암면 주민 김종석 씨(84)도 한마디 거든다. “나는 내일 모레 죽지만, 나라 발전이 돼야지. 우리가 포용해줘야지요. 여기서도 저기서도 안 한다고 하면 누가 받습니까” 김 씨는 보청기를 착용하고 귀를 기울였다.
오후 2시 ‘대구 통합공항 이전사업 관련 예비이전 후보지 선정을 위한 소통간담회’ 시작 직전. 822석 좌석이 가득 찼다. 좌석 주위로도 100여 명이 둘러섰다. 이전 반대 주민들은 좌석 앞쪽에, 그 주변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주민들이 앉았다.
뒤쪽 좌석에는 성주군청·군의회 직원들이 자리 잡았다. 공항 반대 머리띠를 두른 한 주민은 성주군의원들과 함께 앉아있던 이수경 경북도의원(대구공항이전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성주 2선거구)에게 “여기서 뭐 하느냐”고 하며 따져 묻기도 했다.
김항곤 성주군수도 이 자리에 참석했지만, 별도 인사말 없이 국방부 이전사업 안내 발표로 넘어갔다. 바로 국방부의 군공항 이전 사업 설명이 시작됐다. 뒤이어 대구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 조사 기관으로 선정된 (주)포스코엔지니어링의 조사 결과 설명→국토부의 민간공항 이전 사업 계획 설명→대구시의 주변 지역 지원사업 안내 순으로 설명회가 진행됐다.
국방부 발표부터 시작된 주민 항의는 정의관 대구공항 통합이전 추진본부장이 주변지역 지원사업 안내를 시작하자 극에 달했다. “그렇게 좋으면 대구시가 해라”는 항의가 나오기도 했고, 찬성하는 주민은 “조용히 하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고성이 오가면서 정 본부장은 발표를 이어 가지 못하고 두 차례 중단했다.
오후 2시 40분, 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김상화(대가면, 38) 씨가 마이크를 잡고 반대 주민 입장에서 발표를 시작하자 공항 이전 찬성 주민들이 우르르 일어서 퇴장했다. 이때 김항곤 군수도 같이 자리를 떴다. 찬성 주민이 퇴장하는 과정에서 한 반대 주민은 찬성 주민이 다리 등을 찼다며 다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경찰에 신고 돼, 성주파출소가 조사에 나섰다.
강한경(상언1리, 58) 씨는 “저는 학창시절 동촌에 살았는데 소음 때문에 공부도 못 했습니다. 다시 성주로 왔는데 여기에 다시 군공항이 온답니다. 나는 못 삽니다. 군의회와 군수는 뭘합니까. 고령군은 반대했습니다. 군수는 사퇴하라”라고 말했다.
김상화 씨는 “성주군민을 속이지 말라. 어딜 가도 소음은 똑같다. 그런데 대구공항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88웨클(WECPNL, 소음평가지수)이다. 소음 피해로 소송에 참여한 사람만 14만 명, 배상 비용은 1조 4천억 원, 고도제한에 따른 재산피해까지 합하면 4조 원이다. 공항 짓고도 남는 돈”이라며 “공군 전투기 때문에 시끄러워서 잠도 못 잘 것이다. 젊은 세대는 다 나가고 지역사회가 갈등으로 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는 국방부, 국토교통부, 대구시가 주최했다. 국방부는 올해 상반기 예비후보지를 선정하고 주민투표 등을 거쳐 하반기에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같은 날 대구에서는 하늘길살리기운동본부, 지방분권운동본부 주최로 “군공항만 이전하자”는 취지의 토론회도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