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투기를 목적으로 공무원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전직 대구시의원 김창은 씨(63)에게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 씨에게 자기 소유 임야로 도로개설을 청탁한 차순자 대구시의원(61) 부부의 청탁 사실과 그 대가로 시세보다 싸게 김 씨에게 토지를 넘긴 사실도 인정했다.
12일 오전 10시, 대구지방법원 제5형사단독(부장판사 최은정)은 부패방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뇌물수수, 제3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김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부당하게 취득한 재물에 대한 몰수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시의원이었던 김 씨가 동료 시의원의 사적 친분에서 비롯된 청탁으로 공무원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받은 점, 그로 인해 지자체의 예산집행 업무가 왜곡되고 사회적 신뢰가 훼손된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애초 직권남용이나 뇌물수수 혐의는 부정했지만, 재판부는 “차순자와 손 모(차 의원 남편) 등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들의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도로를 개설하기 위해 필요성과 상당성이 결여된 특별교부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공무원을 압박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차순자 의원 부부가 회사 사정이 어려워 토지를 팔아야 하는데 도로가 개설되지 않아 어렵다며 김 씨에게 도로 개설 관련 청탁을 ‘명시적’으로 했다고 판시했다. 명시적이라는 말은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도록 분명하게 요구했다는 의미다.
또 재판부는 교부금 배정이 확정된 후 김 씨와 차 의원 부부가 만나 토지 매매를 협의했고, 김 씨가 요구한 대로 차 의원 부부가 토지를 매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토지) 가격은 피고인이 먼저 제시했고, 차순자 등은 생각한 평당 가격에 미치지 못했지만, 피고인이 힘써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수용했다”고 밝혀 차 의원이 청탁에 대한 ‘수고’를 인정하고 그 대가로 토지를 싸게 팔았다고 전했다.
재판부가 김 씨의 직권남용, 뇌물죄를 유죄로 판결했고, 차순자 의원의 청탁과 그 대가로 토지를 싸게 팔았다는 점 등을 인정한 만큼 불구속 기소된 차 의원에 대한 형평성 문제 등 비난 여론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판결 직후 대구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차순자 시의원을 즉각 구속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사건 공범인 차순자 의원에 대해서는 검찰도 법원도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차 의원이야말로 이 사건 주범이자 박근혜-최순길 게이트에 연루, 각종 특혜의혹을 받고 있어 죄질이 더 무겁다”고 꼬집었다.
대구참여연대는 “차 의원의 배후에 최순실이 있어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본인 및 아들이 10차례나 동행하는 등 이 정부 들어 각종 특혜를 누렸다”며 “같은 이유로 검찰수사에서도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검찰과 법원은 차 의원을 즉각 구속하고 죗값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며 “차 의원 스스로도 더 이상 염치없이 버틸 일이 아니고, 의원직부터 사퇴하는 것이 도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