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주민 ‘반대’ 의사 확인한 대구공항 통합이전 간담회

    “그리 좋으면 와 대구에서 우리한테 줄라 그러노”
    김영만 군수, "욕은 내가 먹더라도 꼭 유치하겠다"

    12:15

    “그리 좋으면 와 대구에서 우리한테 줄라 그러노”

    9일 오후 2시 경북 군위군 군위읍 삼국유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국방부, 국토교통부, 대구시가 주최한 ‘대구 민·군공항 통합이전 소통간담회’에 참석한 군위 주민들이 던진 의문이었다. 이날 간담회는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가 사회를 맡았고, 김영만 군위군수, 김영호 군위군의장 등과 주민 700여 명이 참석했다.

    ▲국방부, 국토부, 대구시가 주최한 민군공항 통합이전 군위군 소통간담회.

    국방부와 대구시는 통합공항이 가져다줄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주민들은 “이렇게 K-2가 좋으면 대구에서 하려고 하지 왜 군위에 주겠느냐”, “군수님은 왜 주민들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추진했느냐”, “공항이 들어오면 우보뿐만 아니라 군위 전체가 사라진다”며 공항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항 유치를 찬성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자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가 청중에게 던진 “3천억 지원가지고 되겠습니까?”라는 질문이나, 김영만 군수가 “욕은 내가 먹더라도 군위 발전을 위해 공항을 꼭 유치하겠다”는 발언에 대한 박수를 보낼 뿐이었다.

    남철우(55, 효령면) 씨는 “결론을 내놓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오늘 소통간담회인데 이게 소통입니까. 그런데 사회자부터 시작해서 결론을 내려놨다. 처음에 군수님이 아무한테 물어보지 않고 찬성한다고 했다. 우리 군수님한테 누가 그런 권한을 줬습니까. 군수님은 왕이 아니잖아요. 우리 심부름하는 사람이잖아요”라며 “대구 사람이 바보 아니다. 동구 사람이 왜 보내려고 하느냐. 가서 일주일만 살아보십시오”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대 의견에 대해 김영만 군수는 “군위가 면적은 서울하고 같은데 인구는 2만4천밖에 안 되고, 이렇게 가다가 군위가 없어지겠다. 어떻게 하면 군위가 살 수 있을까 저 혼자 고민한 것이 K-2하고 민간공항이 옮겨질 때 대비를 하자. 이후 50사단이 옮겨질 때 군위에서 받자, 그렇게 발전시키자”며 “좋은 결과는 군민들이 가져가고 욕, 어떤 비판도 제가 다 받겠다”며 공항 유치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공항 유치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군위군 주민들.

    같은 시각, 군위군 우보면 문덕리, 모산리 주민 200여 명은 간담회가 열리는 삼국유사교육문화관 앞에서 공항 유치 반대 집회를 열었다. 박장권(56, 우보면) 씨는 “고향에 비행장 들어오는 자체를 반대한다. 보상도 싫고 그대로 살고 싶다. 좋은 이야기만 잔뜩 하는데, 안 좋은 점은 이야기도 안 한다”며 군위군을 비판했다.

    이우석(62, 소보면) 소보K-2공항유치반대추진위원장은 “군위군 어느 지역에도 들어와서는 안 된다. 소보면, 우보면 주민들이 힘을 합쳐서 불통 행정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민·군공항 통합이전 추진은 지난해 7월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언급하며 시작됐다. 이전까지 대구시는 군공항 이전만을 추진해왔다. 박 대통령 지시 이후 민·군공항 통합이전이 급물살을 탔고, 지난해 말 군위군 우보면, 군위군 소보면·의성 비안면, 대구시 달성군 하빈면·고령 다산면, 성주군 용암면·고령 다산면 등 4개 지역이 예비후보지로 선정됐다.

    군위군 주민간담회를 진행한 국방부, 국토부, 대구시는 10일 의성군, 11일 고령군, 12일 대구 달성군과 성주군에서 주민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 국방부는 올해 상반기 예비후보지를 선정하고, 주민투표 등을 거쳐 하반기에는 최종 후보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