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노동행위·폭언·폭행, 울산저널은 ‘진보언론’ 탈을 벗어라

[기고] 경영진, 부당노동행위 원상회복과 공개사과, 책임자 처벌하라

16:57

울산에는 ‘울산저널’이라는 주간신문이 있다. 울산에 발행되는 신문들이 하나같이 보수신문들뿐이라, 진보적인 신문을 만들어보겠다며 울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돈을 모아 만든 시민주주 신문이다.

▲울산저널(http://www.usjournal.kr/) 인터넷판 1월 4일 갈무리

그런데 진보언론을 주창하는 이 신문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진보언론이란 무엇일까. 노동조합 소식, 야당 얘기만 실으면 진보언론인가. 권리를 지키려는 노동자를 탄압하고,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연대하는 이들에게까지 폭력을 자행하는 이들이 진보언론을 만들 수 있을까.

윤 모 씨는 2015년 3월 울산저널에 기자로 입사했다. 입사 전 윤 씨는 경남 창원에서 대학을 다니던 중이었다. 회사에 다니려면 거주지를 울산으로 옮겨야 했다. 입사 전 면접을 본 당시 편집국장은 “회사 숙소가 있으니 거기 살면 된다”고 말했다.

윤 기자는 입사 후 약 4개월 넘게 회사가 제공한 숙소를 사용했다. 그런데 7월 중순 갑자기 편집국장 이 모 씨로부터 당시 사용 중이던 숙소를 7월 말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고 통보받았다. 처음에 이 씨는 “회사에서 다른 숙소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지만, 숙소 사용 가능 기간을 3일 남겨놓고 윤 기자에게 “살 집을 직접 알아보라”며 말을 바꿨다.

윤 기자는 8월 중순 대표 백 모 씨를 만나 숙소 제공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했으나 백 씨는 숙소 제공은 회사 약속이 아니라 배려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윤 기자는 동료 기자들과 함께 숙소 관련 요구 등 회사를 상대로 요구안을 만들었다. 이를 노동조합(전국언론노조 울산저널분회) 분회장이 대표와 편집국장에게 전달했다.

9월 초 편집국장이 분회장을 만나 회사 상황이 어려우니 개인적으로 돈을 모아 지원하겠다고 숙소 문제 해결 방법을 제안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숙소 문제는 회사 약속으로 개인적인 지원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노동조합이 나서 회사와 교섭을 시작했다.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4차례에 걸쳐 교섭이 진행됐다. 그런데 사측 교섭위원으로 나온 이들은 주요 경영진이 아니었다. 노조는 노사합의를 하더라도 지켜지지 않는 게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자 사측 교섭 대표는 자신이 대표이사 위임을 받아 나왔으므로 교섭에서 합의된 것은 회사가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답변했다. 사측 교섭 위원들은 숙소 제공 약속은 회사 약속이 맞음을 인정했고, 노사는 2016년 1월 6일 마침내 잠정합의에 이르렀다.

1월 12일 노조는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했고, 가결했다. 그러나 사측 교섭대표 김 모 씨는 그날 저녁 회사가 잠정합의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며 교섭위원을 사퇴한다는 의사를 노조에 밝혀왔다. 1월 15일 회사는 노조에 잠정합의 수정 추가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다. 사측은 1월 21일까지 수정안을 보내겠다고 했으나 보내지 않았다.

노조는 1월 29일 사측에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2월 2일 조합원들이 사태를 알리는 글을 신문에 광고 또는 기사로 게재하자는 의견을 냈다. 노조 분회장이 사퇴하지 않은 사측 교섭위원에게 연락해 교섭 관련 답을 주지 않으면 사태를 알리는 글을 신문에 내겠다고 말했다. 1시간 만에 사측에서 교섭 수정안을 보내왔다.

2월 15일 사측은 노조에 공문을 보내 대표이사가 1월 말 사의를 표해 교섭위원에서 사퇴한 전 교섭대표를 대표이사 권한대행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윤 기자에게 징계 예비 통지서를 보냈다. 윤 기자가 회의 시간에 지각하고, 편집국장을 ‘편집국장 대행’이라고 지칭하고 삿대질을 하고, 8시간만 일하겠다고 말한 것 등이 회사 규율과 상사의 정당한 지시를 어겨 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2월 17일 노조는 쟁의발생 결의 총회를 열었지만, 힘들어서 빨리 끝내고 싶다는 의견과 파업하면 신문 정상 발행이 어렵다는 우려 속에 수정교섭을 하기로 결정했다. 총회 후 바로 수정교섭이 열렸다. 회사가 내놓은 수정안 대부분을 노조가 수용했으나, 숙소 문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교섭 직후 사측 교섭위원 김 모 씨가 윤 기자에게 다가왔다. 윤 기자가 2월 8일 SNS에 쓴 글을 문제 삼으며 “개새끼”, “양아치 같은 새끼” 등 욕설을 하며 종이를 돌돌 말아 목을 찔렀다. 이를 막는 노조 분회장에게는 “대표 등에 칼을 꽂아?”, “너도 똑같아”라고 말했다.

이후 노조는 폭행에 대해 사과하라는 공문을 사측에 발송했다. 그러나 2월 25일 사측은 SNS를 통해 사과를 거부하는 글을 발표했다. “윤00 기자와 용00 분회장이 경영진에 대해 SNS를 통해 악의적인 비방과 왜곡 그리고 명예를 훼손하고 짓밟는 매도를 멈추지 않았다. 이는 중대한 폭력행위이다. 이에 윤00 기자, 용00 분회장이 사태의 원인부터 해명하고 먼저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는 요구를 밝힌다”는 게 요지였다.

한편 회사는 윤 기자에게 계속 징계예비통보를 보냈다. 회사는 3월 2일 징계위를 열려고 했으나 기존 단협에 인사위원이 노사동수로 정해져 있는데 노조 측이 참석을 거부하면서 징계위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징계위를 앞두고 소식을 들은 울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조합원 징계 중단, 폭행 사과” 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회사는 3월 9일 2차 징계위, 3월 16일 3차 징계위를 열어 사측 인사위원만 참석한 가운데 윤 기자 해고를 결정했다.

3월 25일 울산지역해고자협의회가 윤 기자를 해고한 울산저널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울산지역해고자협의회는 “이번 사태를 부당해고이자 노동탄압으로 규정하고 해고가 철회될 때까지 투쟁에 함께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3월 30일 김 모, 배 모 이사가 하창민 울산지역해고자협의회 의장을 만나 “해고는 철회할 생각이지만, 자진 퇴사를 하지 않는 한 명예훼손 고소는 취하 불가하다”고 밝혔다.

4월 13일 회사가 해고를 철회해 윤 기자는 20일 다시 출근했다. 그러나 다음날, 2월 수정 교섭 직후 폭력을 휘둘렀던 김 모 이사가 윤 기자를 찾아와 “너는 미끼야. 너를 풀어준 이유가 뭔지 아냐? 걔들 잡으려는 미끼야. 조만간에 양00이, 최00이 너 다 아웃될 거야 울산에서”라며 폭언을 퍼부었다. 울산저널은 앞서 3월 27일 SNS에 ‘윤00씨를 징계할 수밖에 없었던 사유들’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울산저널은 “구 00당 계열이 주도한 00노조와 관련자들이 지금의 분란을 촉발시킨 것이라 짐작케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배후 행위를 감추고 있다”고 썼다.

또, 5월 3일 울산저널 김 모 이사는 배 모 이사, 이 모 편집국장과 함께 울산이주민센터를 찾아와 대표 조 모 씨에게 쌍욕을 퍼부으며 폭언했다. 김 씨는 “울산저널이 입찰비리로 노동조합을 위기에 빠뜨렸다고?”, “울산저널이 오래 못 갈 거라고?”라고 말하며 “개자식, X새끼, 개새끼, XX놈”, “나이 처먹었으면 나이 값을 해”, “앞으로 조심해 진짜 죽는 수가 있어” 등 폭언을 퍼부었다.

대책위, 경영진에 부당노동행위 원상회복과 공개사과, 책임자 처벌 요구

이후 회사는 민주노총 집회에서 회사 명예와 영업을 방해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는 사유를 더해 윤 기자에게 3개월 정직 징계를 내렸다. 이에 대해 윤 기자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해 부당징계를 인정받았다. 또, 2016년 2월 교섭 직후 폭행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해 역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받았다.

지난 6월 1일 울산저널 경영진의 폭언·폭력 행위 대응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울산저널 경영진이 울산저널 노동조합 윤 모 조합원에게 부당노동행위와 폭언, 폭행을 거듭하고, 연대하는 이들에게 ‘배후세력’, ‘인수음모’ 따위로 음해하며 급기야 조 모 씨에게 저지른 심각한 폭언, 폭행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공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좌담회에서는 울산저널 경영진의 행태에 분노하면서 당장 직접 행동에 나서자는 의견도 많았지만, 일단 사태의 진실을 투명하게 객관적으로 밝히기 위해 울산저널 경영진에게 공동의 진상규명을 제안하기로 했다. 공동조사단은 좌담회 참석자들과 울산저널 경영진이 각각 추천해 구성하자는 안이었다.

6월 3일 좌담회 참석자 입장을 울산저널 경영진에게 전달해 진상조사단 구성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후 울산저널 경영진은 추천할 조사위원이 없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이에 대책모임은 조사단 구성 결정과 권한 인정을 요청했고, 울산저널 경영진은 7월 2일까지 답을 주기로 했으나 답이 없었다.

이에 대책모임은 공동 진상조사단 구성에 실패했음을 공유하고 7월 14일 ‘울산저널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폭언·폭행 사건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요구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부당노동행위 원상회복(징계 및 고소고발 철회)이다. 둘째, 부당노동행위·폭언·폭행에 대한 울산저널 경영진의 공개사과와 책임자 처벌이다.

이미 울산저널 노동조합은 조합원이 한 명도 남지 않아 없어졌다. 윤 기자도 울산저널을 그만뒀다. 부당징계로 인정받았고, 경영진이 윤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도 울산지검에서 무혐의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울산저널이 부당노동행위·폭언·폭행을 저지른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울산저널이 진보언론으로서 살아남으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부당노동행위·폭언·폭행에 대해 공개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