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성주군 농정과 9급 공무원 정 모(40) 씨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국과수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대동맥 박리로 밝혀졌다.
앞서 정 씨는 26일 오후 10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작업을 마치고 귀가했으나, 27일에도 출근하지 않았다. 연락이 닿지 않자 이상히 여긴 동료 2명은 성주읍내 정 씨 원룸에 찾아갔고, 정 씨의 차량이 그대로 주차된 것을 발견하자 소방서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당시 배수구에 얼굴을 대고 쓰러져 있었다.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내막이 국소적으로 파열됐을 경우 혈액이 흘러와 중막이 내층과 외층으로 분리되며 파열되는 것을 말한다. 고혈압 질환자에게서 자주 발병하지만, 유족 측에 따르면 올해 중순 받은 검진에서도 정 씨는 고혈압 진단을 받지 않았다. 동료들은 평소 정 씨가 건강 이상을 호소한 적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최근 들어 소화불량을 호소했다는 증언은 나왔다.
동료 A 씨는 “최근 소화가 안 된다고 호소했었다. 지병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라며 “연말에는 농정과 사업이 많다. 정산 업무도 많이 밀려있는데 최근 AI 때문에 방역업무가 더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씨는 초과근무도 많이 했다. 초과근무를 하려면 사전에 근무명령서를 제출해서 과장 결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공식 기록보다 더 많이 근무했을 것이다. 조용하고 열심히 일하시던 분인데 이렇게 돼 믿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른 동료 B 씨도 “정 씨는 건강에 이상 없었고 병원 진료도 없었다. 작년 11월 부임하고 성실하게 일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당시 정 씨가 호송된 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얼굴에 세숫대야 자국 같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지만 심폐소생술을 하려 했는데 입도 굳어 하지 못했다”라며 “군청 직원들 말로는 소화불량을 호소했었다고 하더라. 과거력은 없는데 심장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정 씨를 검안한 결과 사인을 판정하지 못하고 ‘원인미상’으로 검안서를 작성했다. 이후 경찰은 27일 부검을 위해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았고, 유족에 통보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심상정, “일선 공무원에 작업 몰려…예고된 비극”
성주군, “공상 처리할 계획”
정 씨는 숨지기 전날에도 오후 10시까지 방역 작업을 했기 때문에, ‘과로사’에 무게가 실린다.
정 씨의 형 정호동(43) 씨는 “고혈압도 없었고 올해 건강진단도 받았는데 문제없었다. 25일에도 얼굴을 봤는데 급작스럽게 사망 소식을 들었다”라며 “산재나 공상 처리 여부는 군청과 아직 협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경호 성주군 농정과장은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으나 공상 신청할 계획이다. 공상 제출도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성실히 자료를 준비해서 유가족 명예를 위해서도 도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 30분 성주읍에 마련된 빈소를 방문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예고된 비극”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심 대표는 “AI 유행으로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서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격무가 일선 공무원들에게만 몰리고 있다”라며 “부실하고 안이한 대응 속에서 비극은 예고된 것이다. 과로로 사망한 것이라면 얼마나 고단했을 것인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