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이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 교사를 강제 전보하기 위해 학교장을 압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교육청은 오는 1월 한 해 동안 징계받은 교사 40여 명을 전보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중 지난해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 참여를 이유로 견책 징계를 받은 교사 2명도 포함됐다. 해당 교사들은 이중징계라고 반발하며 전보내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자 대구교육청은 학교장에게 직접 전보내신서 제출을 요구했다.
당사자인 박영수 성서고등학교 교사는 “국정교과서 반대 교사를 징계한 것은 교육부에서 시킨 것이니 오히려 대구교육청이 측은했다. 이번 전보는 더 화가 나고 분노가 인다. 교육청이 비열하게 학교장을 앞세웠다”며 “전보 소식을 듣고 학교장과 통화했을 때 본인은 요구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교육청은 학교장이 요청했다고 한다. 어제 아침에서야 학교장이 (전보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대구교육청 인사관리원칙에 따르면 징계받은 교사는 비정기적으로 전보 조치할 수 있다. 징계 당사자가 전보를 희망한다는 내신서를 쓰고, 학교장이 최종 확인한다. 징계 당사자와 학교장이 전보를 원치 않으면 학교장은 사유서를 제출하고 최대 1년까지 전보를 유예할 수 있다. 징계 당사자가 전보를 원치 않더라도 학교장이 직접 전보내신서를 작성할 수도 있다.
전보는 학교장 요청이 없으면 불가능하지만, 학교장은 징계받은 자는 전보할 수 있다는 교육청 방침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정상화 성서고등학교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징계 사유가 시국선언이든 음주운전이든 그 판단은 학교장이 아닌 교육청에서 한다. 교장은 (교육청) 규정에 의해 전보내신서를 내야 하는데, 본인이 거부하니까 학교장이 대신 써야 한다”며 “학교장으로서는 교육청 규정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학교장이 학교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몫은 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조성철 대구교육청 중등교육과 중등인사담당은 “그동안 징계받은 교사는 전보를 해왔다. 징계받은 교사는 내신서를 내라는 차원에서 (학교장에게) 얘기한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 6개월에서 1년까지 전보를 유예할 수는 있다. 징계 대상자가 (내신서를) 못 내겠다고 하면, 교장 선생님이 내신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교사들은 해당 인사관리원칙이 이중징계라며 반발했다. 박영수 교사는 “법적으로 한 사안에 대해 두 번씩 처벌하지 않다는 게 원칙”이라며 “징계 그 자체로 임금과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받았는데, 또 전보로 처벌하는 것은 내 마음에 안 들면 끝까지 징벌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지난해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을 한 대구지역 1천여 명 교사 중 징계받은 2명은 모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이다.
이에 27일 오전 11시, 전교조 대구지부와 참교육전교조지키기 대구공대위는 대구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사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교사 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최순실 사태로 비롯된 박근혜 게이트와 탄핵 정국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전교조 죽이기는 정권 차원에서 추진된 비상식적이고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일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정부가 국정화 반대 교사들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법적 판단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징계는 물론 ‘하향 강제 전보’까지 강행하려는 것은 의도적 탄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보가 강행되면 전보 결과에 대한 가처분 신청, 민사소송 등을 제기하고, 우동기 교육감 퇴진 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이날 교육부는 한국사 국정 교과서를 오는 2018년부터 검정 교과서와 혼용한다고 밝히며 2017년 국정 교과서 전면 적용 계획을 철회했다. 한국사 국정 교과서 시국선언 참여 교사를 징계한 곳은 전국에서 대구, 경북교육청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