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계 국회의원들이 대거 탈당을 예고한 27일을 하루 앞두고, 대구 정치판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유승민 의원(동구을) 지역구에서 나타난다.
유 의원은 지난 25일 지역구 사무소에서 당원 간담회를 통해 탈당 계획 보고를 마쳤다. 유 의원은 이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곽대훈(달서구갑), 김상훈(서구), 정태옥(북구갑) 의원 등이 탈당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8년 5월부터 지역구를 지켜온 유 의원은 지역 당원들로부터 큰 신망을 얻고 있다. 유 의원이 탈당 의견을 밝힌 후 같은 지역 지방의원들도 동반 탈당을 약속했다. 지역 책임당원 중에서도 5~600명이 탈당할 것으로 전해진다. 동구을 새누리당 책임당원은 1,047명이다. 책임 당원 절반 이상이 27일 빠져나가고 추가 탈당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의원 중에서는 윤석준(동구 다·라), 도재준(동구 마·바) 의원이 탈당하고, 구의원 중에서도 차수환 동구의회 의장, 서정해, 이재숙, 정인숙, 하중호 의원 등이 탈당한다. 비례대표인 박종희 의원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당에 출당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된다.
윤석준 의원은 “근본적으로 의원들이 새누리에 남아 개혁해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하니까 공감하시는 분들이 대거 함께 탈당에 동참하고 있다”며 “시국에 대한 불만과 유승민 의원에 대한 신뢰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내일 최소 5~600명이 탈당할 것 같고, 추가적으로 탈당계가 접수되는 대로 매일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주호영 의원(수성을) 지역구도 일부 구의원이 동반 탈당을 예고하고 있다. 주 의원도 지난 24일 지역구 사무소에서 당원을 상대로 탈당 계획을 보고했다. 지난 4월 총선 당시에도 주 의원이 친박 공천 파동으로 무소속 출마하자, 지역 구의원들이 동반 탈당하기도 했다. 반면 지역 시의원인 이동희 전 대구시의회 의장은 이번에도 탈당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구 원외 지역위원장인 김문수(수성구갑), 양명모(북구을) 위원장은 현재까진 당을 지킨다는 입장이다. 양명모 위원장은 “현재로선 탈당할 생각이 없다”며 “당내에서 변화하고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의 변화 혁신에 도움이 되도록 당내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5일 원외위원장 53명이 공동으로 발표한 비박계 집단 탈당에 대해 비판 성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비박계 탈당은)개인적, 정파적 이해를 쫓아 당을 분열시키는 행태”라며 “건강한 보수세력의 재건을 염원하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역 국회의원 탈당으로 동반 탈당에 나서는 지방의원들에 대해 비판적인 지적도 따른다. 한 새누리당 기초의원은 “구의원은 지역주민을 위해서 활동하는 것이 맞다. 지방자치제로서 구의원 역할은 국회의원과 차이가 많다”며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고, 그 역할에 맞게 활동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야권 기초의원도 “대구 분위기 자체가 기초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치적 소신 없이 움직인다”며 “사실상 당협위원장 생각에 따라 좌우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