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희망원 전 총괄원장 배 모 신부가 희망원 비자금 조성 폭로 협박을 한 이 모 씨에게 겁을 먹고 1억 2천만 원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대구지방법원 제8형사단독(판사 이상오)는 배 신부에게 비자금 조성 자료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거액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희망원 전 회계직원 이 모(43) 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공갈,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게 “범행의 수법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도 “피해자가 선처를 바라는 점 등을 고려하고 형법 51조에서 정한 양형 조건을 두루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기소된 공범 또 다른 이 씨(50)에게도 징역 4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희망원 전 회계과장 여 모 씨가 식자재 공급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대구광역시 지원금 등 대구희망원 운영비를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 씨가 알고, 이를 빌미로 원장에게 거액을 갈취했다고 인정했다.
판결문을 보면 당시 원장 배 모 신부는 이 씨의 협박에 겁을 먹고 2014년 7월 29일, 한 식당에서 이 씨에게 1천만 원 자기앞수표 12장을 건넸다고 설명했다. 희망원이 실제로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다면 협박에 겁을 먹거나, 1억2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이 씨에게 건넬 필요가 없다. 사실상 법원이 희망원의 비자금 조성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도 희망원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하고 배 모 신부 등을 소환조사했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내역자료 등을 PC파일로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도 밝혔다.
또, 지난달 28일 국가인권위원회의 희망원 직권조사 결과에서도 2012년 2월부터 11월까지 식자재 납품과정에서 급식비 3억가량을 부당하게 지출한 사실이 확인돼 비자금 조성 의혹을 더했다.
국가인권위는 “이 사건 당시 대표원장, 사무국장은 관련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최소한 지휘감독자로서 관리 소홀이 있음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위는 “관할 지도감독기관의 특별감사를 통한 환수조치 및 관련자들의 보조금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는 이번 판결이 향후 희망원 비리 수사에 심각한 해를 미치는 봐주기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배 신부가 이 씨에게 전한 거액의 출처가 어딘지, 비자금을 조성한 사람이 누군지, 어떤 경로로 조성됐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이 희망원 비리를 명백히 밝히기 위해 이번 판결에 즉각 항소하고 성직자 등 비리 관계자 전원을 구속해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는 26일 이 같은 요구를 검찰에 전하기 위해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