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미신고 불법집회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21일 오후 3시 53분. 성주경찰서 경비계장의 해산명령을 들은 김상화(대가면, 37) 씨는 ‘불법’ 소리에 코웃음을 쳤다. 지난 7월 13일 성주 사드 배치 발표는 김 씨의 일상을 망가트렸는데, 철벽같은 국가는 사드 배치에 항의하려는 김 씨를 ‘불법’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김 씨를 비롯해 성주·김천 시민, 그리고 전국에서 이들을 응원하러 온 시민 100여 명은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롯데골프장으로 가는 고개를 넘지 못했다.
앞서 이날 오후 1시부터 성주군청 앞 평화나비광장에는 집회 참가자 400여 명이 모여 출정식을 열고 ‘사드결사반대 성주평화버스 및 농기계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성주군청에서 버스·농기계를 이용해 초전면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오후 1시 20분께 경찰의 통제로 농기계는 해산해야 했다.
“박근혜도 우병우도 처벌 안 되는 나라에서 우리더러 왜 불법이라고 그럽니까. 주민과 제대로 대화 한 번 안 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서 거기에 항의하는 우리만 왜 불법입니까”(김상화 씨)
김 씨와 주민들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박근혜부터 구속하라”라며 구호를 외치다 집회를 마쳤다.
모처럼 성주·김천시민, 원불교도와 전국에서 손님들이 모여들자 소성리 마을 할머니들은 콧노래가 나왔다. 도금연 (80, 소성리) 씨는 참가자들을 위해 팥죽을 내고 손수 커피믹스까지 내놓았다.
“이래 사람들이 모인 것 보니까 사드도 막겠습니다. 막을 수 있겠네요. 어쨌거나 막아야지요. 다 힘 합치면 할 수 있습니다”(도금연 씨)
김종경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내일 사드 부지 감정평가 결과가 나오고 오는 3일에는 국방부와 롯데의 부지 맞교환도 예정됐다고 한다. 무리하게 꼼수를 써서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롯데와 정부는 정경유착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야당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울산에서 온 한영선 민주노총 울산본부 통일위원장은 “차기 정권으로 사드 배치 결정을 넘기라는 말도 답이 아니다.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는 것은 우리들이 계속 투쟁해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는 “사드배치 일정 중단”을 요구하며 “당장 1월 3일 예정된 롯데와 국방부의 부지계약 체결을 막기 위한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은 성주 촛불집회 162일, 김천은 123일을 맞는 날이다. 이날 성주군민과 김천시민은 저녁 7시 30분부터 성주와 김천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