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구시의원 시국선언 발표 직전 돌연 취소···배경 의문

오전 11시 25분 공지→11시 40분께 원내대표 선출→오후 1시 30분 긴급 의총→1시 53분 취소

16:39

새누리당 소속 대구시의원들이 16일 오후 2시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돌연 취소해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동희 대구시의회 새누리당 원내대표(파·지산·범물동), 배재훈 원내부대표(만촌1·범어·황금동)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시의원 의원총회를 통해 시국선언 발표에 전원이 동의했다. 대구시의회 의원 29명 중 27명이 새누리당 소속이다. 시국선언 발표는 이동희 원내대표가 주도했다.

이동희 원내대표는 “이 난국에 몇몇 의원들과 지역 여론이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지켜만 보는 게 타당하냐는 의견이 있어서 제가 추진했다”며 “대부분 의원들이 좋은 생각이라는 의사가 있었다”고 시국선언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동희 대구시의회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시국선언 발표 취소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오전 11시 25분께, 시의회는 이동희 원내대표 명의로 새누리당 시의원 시국선언 계획을 긴급공지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하지만 계획 공지 직후인 오전 11시 40분께, 원내대표직에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선출된 후 일부 의원들이 시국선언 발표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후 1시 30분께, 긴급 의원총회가 다시 열렸다. 여기에서 일부 의원들이 시점 등을 이유로 시국선언 발표에 이견을 표했다. 오후 1시 53분께, 애초 시국선언문 발표 장소로 예정했던 시의회 2층 간담회장에서 이 원내대표, 류규하 의장(중구 2선거구), 박상태 부의장(상인·도원동) 등 의원 10여 명이 빠져나왔다. 이 원내대표는 배재훈 부대표와 남아서 기자들에게 시국선언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이 원내대표는 갑작스러운 시국선언 계획과 돌연한 취소 사이에 친박계 정우택 의원 원내대표 선출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난감함을 드러냈다.

이 원내대표는 “저도 난감하다. 오전에 (원내대표가) 선출될지 몰랐고, 어쨌든 몇몇 의원들이 오후에 상당히 신중론으로 재검하자고 해서 유보를 한 것”이라며 “친박, 비박 개념은 아니다. 당내가 정리 안 된 상황에서 신중하게 추이를 지켜보는 게 맞지 않는가 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배재훈 부대표도 “오전에 일부 의견이 원내대표 선출되기 전에 발표를 하자는 거였다. 선출되고 나서 발표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여러분이 말씀하셨다”며 “그 영향이 크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새누리당 전체 의원 목소리로 시국선언을 하려고 했는데 일부 의원이 의견을 바꿨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계파 문제는 아니라고 적극 해명했지만, 중앙당 원내대표 선출과 시기를 맞춰 시국선언이 준비된 점과 선출 직후 돌연 취소돼 중앙정치권 계파 갈등이 대구시의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이동희 원내대표는 “전혀 계파와 관련 없다. 저도 정말 난감하다. 기자회견 하겠다고 해놓고 이러면 의회 위상이 어떻게 되느냐고 이야길 했지만, 한두 의원들이 반대를 하면 의원 일동으로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시의회도 단합이 안 되는데 어떻게 중앙당에 요구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 때문에 취소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발표하기로 한 시국선언문에는 새누리당의 단합과 지방분권 개헌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