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하야하라 영남대학교 학생 시국선언
1. 언어도단
2014년 11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내부 문건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 한 언론사에서 보도되었다. 문건은 공식 직함이 없는 정씨가 박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문고리 3인방’ 등 청와대 내외부 인사들과 접촉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모든 사태를 ‘찌라시 소동’으로 정리해버렸다. 곧바로 ‘문건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해당 문건의 작성에 관여한 박관천 경정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박 경정은 구속 수감 됐다.
2016년 7월 구속된 진경준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주식 특혜 비리의 배후로 지목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목되었다. 박 대통령은 이석수 변호사를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수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이 특감은 우 수석 비리 뿐 아니라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의 모금 비리까지 수사하고 있었다. 두 재단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던 것은 청와대의 비선실세 최순실 이었다. 그의 존재를 숨겨야했던 박 대통령은 급하게 이 특감을 쳐내지만 재단과 관련한 최순실의 비리는 숨길 수 없었다. 정권을 등에 업는 최씨는 철저히 자신의 사익을 얻기 위해 권력의 최상위부터 말단까지의 어디까지 인지도 모를 권력의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정말 어이없게도 검은 장막 뒤에 꽁꽁 감춰졌던 최순실의 권력은 이대학생들의 투쟁으로 밝혀진 정유라의 특혜논란, ‘달그닥 훅’ 한 줄로 암막을 찢고 나왔다. 찌라시는 사실이 되었고, 지켜보던 국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2. 꼭두각시
단순 권력형 비리라 생각했다. 이 땅에서 부패라. 숱한 것에 대한 익숙한 절망이 찾아왔다. 그러나 이윽고 밝혀지는 사실들에서 ‘최순실’은 더 이상 숱한 것이 아니었다.
좌우를 막론하고 터져 나오는 언론보도에서 최순실은 대통령의 그날의 옷부터, 연설문의 내용, 심지어는 북한과 몇 번을 접촉했는지에 대한 안보문서와 민감한 문제를 다룬 일본과의 외교문서까지 일개 민간인의 신분으로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기밀사항을 받아보고 심지어는 개입했다. 공인이 아니기에 아무 감시도 받지 않는 민간인일 뿐인 최순실이 오천만 국민들의 삶을 쥐락펴락하는 국정운영을 해온 것이다.
‘최순실’의 등장은 대한민국의 정치에 누구나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장치라 여겼던 투표가 실은 이 땅에서는 그저 최순실의 인형을 꾸미기 위한 행사에 지나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 위에서 그래도 여기까지는 왔다고 말하던 ‘민주주의’의 가치는 실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얼마든지 희롱할 수 있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이었으며,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대한민국이 실은 소수의 권력자들의 놀음판에 지나지 않았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지난 3년 8개월 동안 아무런 정당성이 없는 정권이 행하는 일들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법’의 이름으로 심판해왔다. ‘비정상의 정상화.’ 박근혜 정권이 그토록 외쳐댔던 구호는 도대체 누구를 향한 것인가? 대한 민주주의 공화국에서 헌법을 훼손하며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리를 사유화한, 이 국가에서 ‘비정상’은 바로 박근혜 정권이다.
비정상의 상태가 정상이었던 국가에서 ‘비정상 국민’으로 낙인찍힌 수많은 사람들은 부도덕한 정권에 의해 삶을 빼앗겨도 절대 국가에 저항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었다. 이 국가는 이미 공화국의 가치를 벗어나 사익을 추구하는 무리들의 것이었으므로, 공화국의 정상적인 기능을 요구하는 국민들은, 정유라씨의 표현을 빌려, 다 된 밥에 재를 끼얹는 ‘해도 해도 안 되는 망할 것’들일 뿐이기 때문이다.
최순실이 도망가자 꼭두각시 박근혜는 1분 30초의 연설문을 그저 또박또박 읽었다. 1분 30초의 연설문에서 박근혜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든 작금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연설문을 수정 해줬을 뿐이라는 박씨의 말은, 사과 후 고작 몇 시간 만에 어설픈 거짓말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박근혜는 자신의 머리와 입으로는 어떠한 생각도 가질 수 없는 그야말로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최순실이 도망간 독일의 경찰조차 최순실을 잡겠다 입장을 내놓았지만 한국의 검찰들은 일개 언론이 보다 늦게 고작 쓰레기를 뒤지는 시늉만 했다. 짜여진 각본처럼 30일, 최순실은 귀국했고 여러 증거인멸의 위험에도 검찰은 그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온 국민이 경악할 만한 사건을 저질러 놓고도 공권력은 반성할 기미조차 없다. 도대체 이 나라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썩어있는 것인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정녕 대한민국은 권력자들의 거대한 인형의 집일뿐인가?
3. 국민은 순수한 마음으로 박근혜의 하야를 원한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청와대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은 박근혜에게 국정운영을 하라고 청와대를 빌려준 것이지, 가당찮은 무리들의 사익을 챙기는 회사를 차리라 빌려준 것이 아니다. 청와대는 더 이상 당신이 있을 곳이 아니다. 더 이상, 청와대를 불법점거하지 말라.
박근혜는 하야하라. 이것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길이다.
청와대는 지난 29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민간인 최순실에게도 넘기는 자료들을 ‘공무’원인 검찰에게 넘기지 못하겠다고 한 것이다. 압수수색을 거부하며 시간을 버는 동안, 청와대 안에 남아있을 증거들이 사라질 것임을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공무원들의 공무를 방해하는 박근혜는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인’이 아니다. 권력자들의 간판이 되어 그들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악귀 따위에게 국민의 세금을 한 푼도 더 들일 수 없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당신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아무런 정당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 더불어 당신의 껍데기를 쓰고 대한민국을 침탈하고 있는 당신의 굿판무리들도 함께 하야하라. 껍데기뿐인 인간을 국회의원으로 추대하고 어떠한 정치적 신념도 확인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혈안이 되었던 새누리당도 하야하라. ‘박근혜 정권’을 만들기 위하여, 또 그 정권에 야합해 이익을 챙기려 정권 감싸기를 아끼지 않았던 보수언론들도 하야하라.
우리는 모두 보았다. 당신들이 모두 최순실이다. 당신들이 최순실에 눈감았고, 박근혜를 만들었단 사실을 우리는 모두 똑똑히 기억한다. 당신들 모두 하야하라.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의 굿판에 제물이 되지 않을 것이다.
4. 우리는 언제나 역사를 움직여 왔다.
영남대는 박정희가 청구대학과 대구대의 일부를 강제 징수해 사유화한 학교이다. 박정희 사망 후 박근혜는 영남대학교의 이사장이 되었다. 그러나 박근혜는 겨우 8년을 끝으로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바로 2만의 천마학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2만 천마학우들은 피 흘리며 투쟁한 87년 6월 항쟁으로, 어용학생회를 몰아내고 학내의 민주주의를 꽃피운 학원대투쟁으로 비리의 온상이었던 박근혜를 몰아낸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비록 우리들이 눈감았던 2009년 박근혜는 4명의 이사 임몀권을 손에 쥐고 다시 슬금슬금 영남대에 마수를 뻗쳤지만, 그리하여 비리를 저지른 노석균의 자리에 다시 박근혜의 때가 묻은 최외출 박정희 새마을 연구원장이 총장의 자리를 엿보고 있지만, 다시 2만의 천마학우가 하나가 된다면 88년의 그날처럼 영남대를 돌려받아낼 수 있음을 믿는다.
총학에 다시 한 번 요청한다. 서명에 동참한 107명의 학우들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 107명의 학우가 박근혜의 하야를 이야기하고 행동하고 있다. 진정으로 모든 학우들을 아우르는 총학이라면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 덧붙여 총학이 얘기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농후한 박근혜를 범죄현장인 청와대에서 몰아내야 한다. 즉, 박근혜의 즉각적인 하야가 진상규명에 우선되어야 한다.
2만 천마학우들에게 요청한다. 시국선언에 선언한 107명의 목소리는 ‘우리’의 전부가 아니다. 그렇기에 더 많은 학우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는 시국에 대한 걱정 어린 말소리는 분명 학우들의 것이다. 당신들의 목소리로 함께 토론하고, ‘우리’의 것을 만들어 나가자.
28일 우상호 더민주당 원내대표는 ‘국가가 더 큰 혼란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탄핵과 하야를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타 정당과의 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벌써부터 여당 행세를 하고 있는 더민주당은 터져 나오고 있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배반한 것에 다름없다. 우리는 국민들을 고작 ‘표’로만 바라보는 당신들을 믿을 수 없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하는 우리 옆의 국민들을 믿을 뿐이다.
어디로 가야하는 것인지, 무엇을 외쳐야 할지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그것을 증명해왔다. 소리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써 온 역사 속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역사의 수레바퀴는 조금씩, 그러나 반드시 우리들의 손으로만 움직인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이려 한다.
2016. 10. 31.
영남대학교 학생 시국 선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