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분노를 담아 정의를 외치다 / 경북대학교 총학생회

16:17

우리의 분노를 담아 정의를 외치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경북대학교 총학생회 시국선언

우리의 대통령은 누구였단 말인가?

민주공화정이 시작된 이래 전례 없던 충격적인 사건이 대한민국을 뒤흔들어놓았다. 지난 몇 주간 끊임없이 보도되던 ‘비선 실세’ 존재 의혹이 10월 24일 한 언론사의 보도로 사실임이 밝혀진 것이다. 그저 음모론이고 단순한 의혹에 불과하다 믿었던, 아니 불과해야 한다고 믿었던 일들이 이제 모두 사실이 되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정감사 중에 이야기 한 “봉건시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민주주의시대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주권자의 손으로 뽑힌 대통령에게 양도된 권력은 존재조차 몰랐던 사인(私人) ‘최순실’이 가지고 있었다. 국민 앞에서 외쳤던 대통령의 모든 이야기가 그의 머리가 아닌 ‘최순실’의 머리에서 나왔다. 권력을 사유화한 ‘비선‘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이가 우리의 대통령이었단 말인가?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최순실’이 대통령의 입을 빌려 집행한 무소불위의 권력이 그간 대한민국을 손바닥 위에서 좌지우지 했다는 정황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연설문부터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심지어 외교와 국가 안보 문제까지 최종 결정권은 국가 원수의 뒤에 숨어 있던 개인에게 쥐어져있었다. 시행되지도 않은 정책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그 개인은 얼마나 많은 부정한 이득을 취했을 것이며 얼마나 많은 부당한 권력을 행했을 것인가. 이제는 이러한 의심도 들기 시작한다. 주권자를 위해 행해져야 했을 결정과 정책의 시행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대체 이 나라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나라인가?

국가의 주인을 속이고 근간을 뒤흔들었다.

대통령은 의혹을 해소하고 진실을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순수한 마음뿐이었다며 진실인 것 마냥 사과를 ‘읊었다’. 하지만 그날 밤 국민 앞에 했던 그의 사죄 역시 거짓이었음이 명백히 밝혀졌다. 권력을 개인에게 양도한 정권과 대통령은 그들을 지지하던 수많은 국민들의 염원을 짓밟아버렸고, 국가의 근간인 헌법을 유린했다.

우리 경북대학교도 거짓 정권의 마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4년 이후 2년 2개월간 우리 대학을 분열시키고 황폐하게 밟아놓은 정권의 민낯이 완전히 드러났다. 지난 2년간 우리 학생들은 총장임용거부사태 투쟁에 나서며 외쳤다.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라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주권을 보장할 의무를 가진 나라를 위한 정부가 되어달라고. 지역과 대학의 구성원의 민의에 귀 기울이고 올바른 판단을 해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그런 정부는, 그런 대한민국은 애초에 없었다. 우리가 찾아갔던 교육부는, 우리가 싸웠던 정부는 껍데기에 불과했다. 거짓 정권의 실세 ‘최순실’에게 찾아가서 총장 부재사태를 해결해달라고 부탁했어야 했던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더 이상 민국(民國)이 아니다.

대통령은 민의를 철저히 무시했고 국민을 기만했으며, 거짓 사과로 문제를 축소하려했다. 대통령과 대통령 뒤의 실세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비롯한 이 사회의 기득권층은 호가호위하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이 사회를 봉건사회보다 못한 시대로 회귀시켰다. 2016년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닌 ‘신성국가’가 되어버렸다.

경북대학교가 지켜온 가치, 선배들이 이 땅에서 피로 얻어낸 정의를 지켜내기 위해 선언한다.

우리 대학 동문에 자리한 공원은 암흑의 시기, 정의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헌신하고 인혁당 사건으로 억울하게 생을 마감하신 故여정남 선배를 기리기 위해 조성되었다. 여정남 선배를 비롯한 수많은 선배 열사들의 희생으로 지켜온 조국과 대학의 가치를 우리 후학들이 지켜낼 것을 역사 앞에 약속한다.

민족사의 발전적 전개에 기여해오며 면면히 이어져온 우리 경북대학교 총학생회의 정신을 이어받아, 경북대학교 학생들은 이러한 시국을 초래한 근원적인 모순을 해결하고 상식이 통하고 정의가 요동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실천적 행동을 다짐한다.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를 지키고 개인이 사유화한 그릇된 권력을 되찾기 위해 오늘 우리는 대통령과 정권에게, 이 땅의 거짓된 권력에게 외친다.

국민의 믿음을 철저히 배신한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라.

국민에게 빌린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한 거짓 권력층과 그의 곁에서 개인의 영달을 추구한 이들을 명명백백히 가려내 처벌하라.

20161028
경북대학교 총학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