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에도 촛불을 들었다. 헌법재판소 판결만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10일 열린 박근혜 퇴진 촉구 6차 대구시국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시민 7천여 명(경찰 추산 2천7백여 명)이 참석해 헌법재판소의 즉각적이고 올바른 판결과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6차 시국대회는 지난 5차 시국대회와 마찬가지로 오후 5시부터 대구 중구 동성로 교보문고 앞 국채보상로에서 열렸다. 시국대회장에는 오후 4시부터 삼삼오오 시민들이 모여들어 촛불과 피켓을 미리 챙겨 들고 대회 시작을 기다렸다.
참석 인원은 지난달 11일 열린 2차 시국대회 수준으로 줄었지만, 이날 처음 시국대회에 참석하는 시민도 상당수 있었다. 이들은 보수적인 색채를 띠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내비쳤다.
부인과 어린 딸 그리고 유모차에 탄 아들과 함께 시국대회에 참석한 정유성(40, 달성군) 씨는 “아이들 핑계로 안 나오다가 이번에 처음 나왔다”며 “탄핵됐다고 사람들이 안심할까 봐, 더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정 씨는 “헌법재판소 가서도 빨리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판결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하면 안 된다. 만약에 헌재가 기각이라도 해버리면, 그때는 폭동이 일어나도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헌법재판소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자전거 동호회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는 김민재(27, 수성구) 씨와 한원석(28, 달서구) 씨도 헌법재판소를 불신했다. 처음 시국대회에 참석한 한 씨는 “헌법재판소를 신뢰할 수가 없다. 보수 쪽 재판관이 6명 정도 있다고 들었다”며 “어떻게 판단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도 “헌재 재판관들이 지난번 통합진보당 해체할 때부터 있던 분들이고,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이라고 들었다”며 “그냥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이 퇴진했으면 좋겠다”고 보탰다.
한 씨는 “시국대회 참석자가 줄어들면 새누리당이나 정부는 이제 국민들이 잊어간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들이 개헌이라든지 어떤 변수를 들고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분이 참석해야 한다”고 더 많은 시민들의 시국대회 참석을 독려하기도 했다.
장모(남, 58) 씨는 “헌재에서 확실하게 탄핵 심판을 하라고 오늘 처음 나왔다”며 “탄핵 전보다 분위기가 차분해진 것 같고 사람도 줄어든 것 같지만, 탄핵될 때까지 촛불이 금방 식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처음 참석했다면서 두 딸과 함께 사전행사 자유발언에 나선 이은정 씨(38, 달서구)는 “처음 참석하는데 너무 죄승스럽고, 오늘에라도 이 자리에 설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린다”며 “아직 끝난거 아닌 거 다들 아시죠? 우리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헌법재판소 탄핵 선고 떨어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힘 보여주자”고 목소리 높였다.
“시국대회 참석자 줄면, 새누리당-정부는 국민이 잊어간다고 생각할 것”
최경환 지역구 주민, “최경환 창피하다. 이제 그분은 끝났다”
반면 여러 차례 시국대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은 새누리당 등 정치권의 변화를 촉구하면서 민의를 제대로 대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국대회 1시간 전부터 무대 인근에서 시작을 기다리던 박지혜(34, 경북 경산시) 씨는 “우리는 탄핵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그분(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길 바란다”며 “그것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잘못된 것이 많으니까, 이걸 계기로 새누리당 같은 기득권 세력이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지역구 최경환 국회의원의 탄핵 불참을 두고도 “창피하다”며 “그분이 어떻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 있나. 이제 그분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가능하겠느냐”고 강조했다.
권하라(26, 경북 경산시) 씨는 이번이 대구시국대회 세 번째 참석이다. 권 씨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순간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권 씨는 “기다리는 내내 조마조마했는데 가결됐다는 게 들리자마자 그냥 눈물이 났다”며 “너무 감동이었다. 국민들이 진짜 주권을 행사할 수 있구나, 우리 목소리가 먹혀들어가는구나 이런 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권 씨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헌재 판결도 남았고, 앞으로 정치권이 더 신경 써서 잘해줬으면 좋겠다.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을 살리고 국민을 위하는 마인드로 국정을 운영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후 4시 20분께부터 시국대회 무대 앞에 시민들이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다. 서서히 늘어나던 집회 참여자들은 집회가 마무리될 무렵에는 무대에서 약 160m 떨어진 버스정류장까지 늘어났다.
서승엽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 대변인은 “참석 인원이 줄어든 건 저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 같아서 반성한다”며 “헌재가 민의를 수용해 바른 결과를 내놓을 때까지 시국대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 대변인은 “황교안 체제가 오래가선 안 될 것”이라며 “황교안 체제의 조속한 퇴진을 같이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