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대구정신병원을 지난 25년 동안 위탁 자격이 안 되는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에 위탁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은 대구시립희망원을 위탁 운영하다 최근 잇따른 비리로 수탁권을 대구시에 반납하기도 했다.
1983년 이후 34년 간 천주교재단 위탁
1992년 조례 개정 후 자격 상실했지만 위탁 지속
대구시는 1983년 대구정신병원 준공 이래 34년 동안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이사장 천주교 천주교대구대교구장)에 병원을 위탁해 왔다. 대구시 대구정신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는 1992년 일부 개정 이후, 의료법에 의거해 설립된 의료법인이거나 민법에 의거해 설립된 종합병원을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에 정신병원을 위탁하도록 했다.
1983년 당시 천주대구대교구 유지재단은 종합병원인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을 운영했지만, 당시에도 의료법인은 아니었다. 1992년 조례 개정 이후부터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은 대구정신병원 위탁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또, 1991년부터는 학교법인 선목학원(이사장 조환길 천주교 대구대교구장)이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을 운영하고 있어 ‘종합병원을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대구시에서 3년에 한 번 대구정신병원 민간위탁적격자심의위원회가 열렸지만, 대구시는 그동안 이같은 문제를 파악하지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석 대구시 보건건강과 정신건강팀장은 “법인이 바뀌었던 부분을 우리가 몰랐던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에 28일 오전 11시 ‘대구시립희망원인권유린및비리척결대책위’는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년 동안 무자격자에게 병원을 위탁한 대구시가 반드시 책임지라”며 대구정신병원 감사와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 검찰 수사 의뢰를 요구했다.
서승엽 대책위 공동대표는 “조례가 있어도 지키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대구시가 20여년 간 그 내용을 발견하지 못 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책위는 “결과적으로 1991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대구시가 유지재단과 정신병원에 대해 제대로 된 심사와 지도⋅감독을 하지 않았음을 반증한다”며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구시립희망원과 대구정신병원의 비정상적인 운영구조와 재단의 비리, 횡령 의혹, 그로 인한 인권 침해 소지를 대구시가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 정신건강팀에 따르면, 대구정신병원 위탁 공모에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이 유일하게 신청했다. 박석 정신건강팀장은 “단독 응모를 하니까 적격 평가를 할 뿐이다. 본의 아니게 독점하게 된 것”이라며 “다른 병원처럼 수익을 못 내는 구조니까 공모를 해도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23일 열린 대구정신병원 민간위탁적격자심의위원회에서 가톨릭대학병원을 소유한 학교법인 선목학원이 새 위탁법인으로 선정됐다.
박석 팀장은 “이번에 선목학원 말고 다른 재단에서도 응모를 했는데, 영리목적이 강해서 탈락했다”며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 삼아서 앞으로 관리⋅감독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