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 100년 역사를 시각예술로 기록한 전시회가 열린다.
23일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회관 1, 2전시실에서 ‘자갈마당 시각 예술 아카이브:발화, 문장의 외부에 선 행위자들’ 전시회가 시작됐다. 대구여성인권센터와 대구민예총이 주최하고 최윤정 독립큐레이터가 기획한 이번 전시회는 지역 작가 12명이 참여했다.
전시실 입구에는 ‘자갈마당 100년, 기억할 역사, 살아갈 역사 속에 성매매집결지를 넘어 여성인권의 길을 찾다’는 문구와 함께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 당시부터 시작되는 연표가 있다. 1908년 일본인이 만든 유곽 ‘야에가키조(八重垣町)’가 공창으로, 박정희 정권 시절 관광특구로,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청소년 출입 제한 구역이자 불법 성매매 단속 대상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윤동희 작가는 ‘언니의 배’라는 작품으로 자갈마당 100년 역사를 표현했다.
자갈마당 종사자들이 직접 찍은 업소 내부 사진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전시는 성판매 여성이 처한 환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성 종사자가 손님을 맞을 때 사용하는 다이어트 약, 20분 타이머 시계, 젤과 물티슈 등이 담긴 ‘뻑가방’, ‘뻑수건’, 온통 고양이 캐릭터로 장식된 영업방 등이 사진, 드로잉, 설치 작품, 소설, 영상 등으로 재현됐다.
대구여성인권센터는 “도시개발에 의해 묻히는 자갈마당을 중심으로 장소와 역사, 인권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자 기획된 프로젝트”라며 “자갈마당을 둘러싼 시선과 어두운 역사에 대해 기록함으로써 많은 사람의 관심을 환기하며 여성인권 문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참여 작가들은 올해 초 자갈마당 역사를 알아보는 두 차례 워크숍과 현장 답사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윤정 큐레이터는 “우리는 모두 자갈마당을 둘러싼 서사에서 철저한 ‘바깥의 행위자’이다. 장소성에 대한 연구는 그 장소에 스며들어야 하지만, 자갈마당은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어 예술가들에게 큰 어려움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종의 거리 두기를 통해 접근하는 방향은 도리어 예민한 독해지점을 발견하는데 유효했다. 자갈마당에 대한 담론에 육체적인 형태를 부여하는 예술가들의 발화와 시각예술 방법론은 순전한 자료전의 형식과는 다른 문맥을 갖는다. 완결된 문장이라기보다 고민의 과정들이 담겨진 비문장이다”고 전시회를 소개했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12월 4일까지 열린다. 오는 12월 2일 대구예술발전소 수창홀에서 참여 작가들과 함께하는 토크쇼도 열린다. 이번 프로젝트는 2017년 심화한 기록으로 출판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자갈마당은 2015년 기준 48개 업소가 운영 중이며, 250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대구시와 중구는 전담반을 꾸리고 매년 성매매 업소 단속을 강화해왔다. 인근 2,500여 세대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고, 도시철도 3호선이 자갈마당 위를 지나면서 자연 쇠퇴할 것이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