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이용도 교육장, ‘ㄷ’자형 수업 강요…수업 파행 조장”

‘배움의 공동체’ 교육 현장 적용하려는 교육장
전교조, “철학 나누는 과정 없이 막무가내 밀어붙이기”

19:36

전교조 대구지부가 23일 대구 달서구 남부교육지원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용도 남부교육장이 일률적인 교육방식을 강요하며 수업 감시단까지 운영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전교조와 남부교육지원청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9월 서부교육지원청에서 남부교육지원청으로 옮겨온 이용도 교육장은 일본의 사토 마나부 교수가 창안한 교육 철학 ‘배움의 공동체’가 교육 현장에 도입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

여러 차례 한국에서 강연을 하기도 한 사토 교수는 1998년부터 ‘배움의 공동체’ 교육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학교가 ‘배움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과정이 목표 달성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프로젝트형’으로 변해야 하고, 교육방식도 학생들이 교사 강의에 집중하기보다 학생들이 서로 도우며 문제를 해결하는 ‘협동적 수업’으로 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가 지역공동체의 중심기관으로 기능 해야 한다.

전교조는 이용도 교육장이 사토 교수 철학을 장기적 안목을 두고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수업 방법에 집착해 껍데기만 이식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배움의 공동체는 학생 뿐 아니라, 교사와 학생 간, 교사와 교사 간 협력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이용도 교육장의 막무가내 밀어붙이기로 철학을 나누는 과정 없이 교사와 학생들은 오히려 나눔과 배움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ㄷ’ 모양으로 자리를 배치 획일화
수업 ‘감시’하려는 모니터링단 운영

전교조는 남부교육지원청이 특정 수업형태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ㄷ’ 모양으로 자리를 배치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또, 모니터링단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한 수업 방식이 이뤄지고 있는지도 ‘감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남부교육지원청
▲전교조는 특히 남부교육지원칭이 특정 수업형태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ㄷ’ 모양으로 자리를 배치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이들은 “수업 감시단 운영으로 학교에서 수업 내용이나 교사의 전문적 판단과 상관없이 ‘ㄷ’자로 교실 책상을 일괄적으로 배치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남부교육청의 이런 행태는 결국 학교 현장 상황을 무시하고 실적 위주 보여주기식 전시 행정과 관료주의적 탁상 교육 행정이 대구 교육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남부교육지원청은 전교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남부교육지원청 초등교육팀 관계자는 “꼭 ‘ㄷ’자로 하라고 명문화 한 적은 없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게 교육장님 의도”라며 “교사마다 ‘ㄷ’자 형태로 배치할 수도 있고 모둠 형태로 할 수도 있다. 수업 내용에 따라서는 강의나 전달식으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 세상에 강요한다고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지 않나. 그런 건 아니”라며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정책을 현장에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교조가 ‘수업 감시단’이라고 지적하는 모니터링단 역시 “불시에 나가는 게 아니라 사전에 학교 나간다고 알려주고 나간다”며 “초등학교도 그렇게 나갔고, 중등도 그렇게 할 계획”이라고 수업 감시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반면 교사들은 공식 문서가 아니라 업무용 내부 메일망을 통해 업무 지시를 내렸다고 반박했다. 한 교사는 “교감들에게 내부 메일을 통해 ‘ㄷ’자로 하도록 메일을 보내고, 교감이 교사들에게 다시 그 메일을 보내는 방식이었다”며 “실제로 현재 학교 현장에서 ‘ㄷ’자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강단 있는 선생님 몇몇만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23일 대구남부교육지원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용도 교육장을 규탄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23일 대구남부교육지원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용도 교육장을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석현 전교조 대구지부 중등성서지회장은 “감시의 공동체, 이것이 남부지원청을 적절히 부르는게 아닌가 한다”며 “지원청에서 기자회견 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왜 그렇겠나. 얼마나 대화가 안 되고 불통이면 현장의 교사들이 저항의 목소리를 내겠느냐”고 비판했다.

김경태 초등성서지회장도 “협력 학습에 중요한 건 협력이다. 협력은 다른 사람 이야길 듣고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협력의 철학을 공유해야 할 텐데, 형식에 매몰해서 협력을 실현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지난 18일부터 교사들을 상대로 수업행태 강제 및 수업 모니터링 중단을 위한 서명을 받기 시작해 현재까지 교사 630명의 서명을 받았다.

한편, 이용도 교육장은 지난 6월 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으로 재직 중에 학부모와 면담하면서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건 반란’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