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문화재단(이사장 이진훈)이 지난해 열린 수성못 페스티벌에서 ‘위장 개업’ 의혹 업체에 홍보 관련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드러났다. 포스터, 사전홍보물, 거리 배너, 스토리텔링, 현장리플릿 제작 등을 맡은 업체는 축제 4달 전 개업해 축제 2달 뒤 폐업했다.
수성문화재단은 디자인, 홈페이지제작, 소품제작, 영상편집, 출력, 책 편집 등을 주요 업무로 지난해 6월 5일 개업한 J업체에게 그해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열린 수성못 페스티벌에서 5개 용역을 맡겼다.
J업체가 맡은 업무는 ▲휘트니스 참가모집 포스터 제작 ▲사전홍보물 제작 ▲거리배너 추가제작 ▲스토리텔링 제작 ▲현장리플렛 제작 등 5개 페스티벌 홍보 업무다. 사업비는 5개 합쳐서 1,570만 원으로, 1개 사업 평균 약 300만 원 정도의 소액이었다.
그런데 <뉴스민> 확인 결과 J업체는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폐업해 더이상 관련 업종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개업부터 폐업까지 7개월 만에 뚝딱 해치운 모양새인데, 그 사이에 수성못 페스티벌 업무를 5개나 맡아 처리한 것이다. 사전에 업무를 맡을 수 있을 거라는 언질을 듣고 위장 개업한 것이 아닌지 의혹이 드는 이유다.
특히, J업체 주소지는 현재 카페와 한약방이 운영 중이다. 1층 카페는 올해로 2년째 운영 중이고, 한약방은 이곳에서 8년 이상 운영 중이다. J업체가 운영된 지난해 6월부터 12월 사이에도 이곳에는 카페와 한약방이 영업중이었다는 의미다. 업체 자체가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였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J업체는 업무 처리도 문제가 있었다. 지난 6월 수성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J업체가 제작을 맡은 페스티벌 현장리플릿이 축제 당일 아침에야 납품 완료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석철 수성구의원(무소속)은 “10월 2일 아침에 리플릿 달라고 하는데 리플릿이 없다고 했다. 우리가 많은 사람이 오시길 바라면 리플릿이 나와서 최소 일주일 전부터 주민센터나 여러 군데 배포돼야 하는데 어떻게 그게 당일 아침에 나오냐”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수성구의회 수성문화재단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친분’으로 업무를 줬다는 기록사진 용역과 마찬가지로 J업체 역시 수성문화재단 관계자와 친분으로 용역을 맡은 것으로 추정되는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관련기사=수성문화재단 ‘수성못 페스티벌’ 용역업체 선정 비리 드러나)
이날 행정사무감사에서는 J업체가 설립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업무를 몰아서 받은 데다, 중구 소재 업체여서 선정 과정에 의문이 제기됐다.
석철 의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런 분한테 일을 맡기지 않는다. 개업한 게 2015년 6월 5일이다. 검증이 안 됐다. 관의 일을 신생업체에 주는 걸 본 적이 없다”며 “또 중구가 소재지다. 행정사무감사에서 수성구 업체 키우자고 반복적으로 이야길 했다. 의회가 지역경제 살리자고 노력하는데 재단이 관심을 안 기울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구나 자기 상호를 틀리게 내는 곳이 어디 있나? 사업자등록증에는 ‘OO’으로 되어 있고, 견적서에는 ‘OO디자인’이다”며 “다시 묻겠다. 이분은 어떻게 선택하신 건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수성문화재단 수성못 페스티벌 담당자는 “시간이 촉박하거나, 금액이 적거나 제가 부탁할 일이 있으면 부탁을 했다”며 업체 관계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한편, 수성문화재단이 수성못 페스티벌을 치르면서 실시한 용역 업무 곳곳에서 이런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수성구의회에서는 의회 차원의 조사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지자체의 사무 중 특정 사안에 관해 재적의원 1/3 연서로 조사를 발의해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조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