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대학생들이 시국대회를 열고 박근혜 정권 퇴진에 앞장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18일 오후 6시 30분, 경북대학교 학생주차장에서 열린 ‘대구·경북 대학 시국대회’에 대학생 500여 명이 참가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쳤다. 이날 경북대를 비롯해 계명대, 경일대, 안동대, 영남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동국대, 포항공대 등 모두 10개 대학 학생이 모였다.
이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는 고마해라”, “새누리도 공범이다”, “새누리당 해체하라”, “대구경북 앞장서자” 등을 외치며 경북대학교에서 약 4km를 행진해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행진 시작부터 계속 비가 내렸지만, 일부 시민들은 구호를 따라 외치며 응원했다.
류현진(안동대) 씨는 “뉴스를 켜면 매일매일 또 다른 비리와 생각지도 못한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우리가 막장 드라마 같은 현실에 무뎌질까 봐 정말 걱정스럽다”며 “그러나 우리는 항상 문제를 해결해 왔다. 갑오년(동학농민운동), 기미년(3.1운동), 60년(4.19혁명), 80년(5.18광주민주화항쟁) 그리고 오늘, 앞으로 이 열기가 식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국해결을 위한 계명인 모임’에서 활동하는 이소정 씨는 “제가 법과 정치를 공부했던 이유는 민주사회에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다시 수능 치라고 하면 법과 사회는 안 칠 것 같다.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거짓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민주공화국인 이 나라에 권력 분립, 입헌주의, 국민 주권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상당한 괴리감이 든다. 우리가 아주 깊숙이 숨겨진 진실까지 꺼내어 이 시국 해결하자”고 외쳤다.
강수현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우롱하는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뻔뻔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며 “김진태 의원은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진다고 했는데, 저희는 집회 나갈 때 건전지 촛불 쓰기 때문에 절대 꺼지지 않는다. 백만의 촛불이 바람을 만나면 청와대가 불바다가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17번째 대구 촛불집회는 대학생과 시민 600여 명이 함께 했다.
경북대 학생총회 정족수 미달로 무산
김상동 총장, “구성원 합의하면 총장 직선제 수용”
시국대회에 앞서 이날 오후 6시부터 열린 경북대 학생총회는 정족수 미달로 성사되지 못했다. 오후 6시 20분께 총학생회는 700여 명이 참가했다고 알리며, 총회 무산을 선언했다. 총회 성사는 재학생 10%인 2,160명을 넘어야 했다.
박상연 경북대 총학생회장은 “날씨 탓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열심히 못 해서 죄송하다. 700여 명 학우가 함께 해줬다. 지금 이 자리에 비가 와도 와서 외치려 했던 훼손된 민주주의와 진리를 지키고, 무너진 대학의 가치를 세우려는 것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상동 경북대학교 신임 총장이 무대에 올랐다. 신임 총장 재신임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던 터라 김 총장이 무대에 나타나자 학생들은 “내려가”, “부끄럽다”, “최순실이 뽑은 총장 김상동은 물러가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반발에 김 총장은 준비한 원고를 급히 읽고 내려갔다.
김 총장은 “우리 경북대는 대학 자율성과 직결되는 국립대 법인화를 전면적으로 반대하겠다. 현행 총장 선출 제도를 개선하는데도 구성원이 합의하는 경우 총장 직선제를 포함한 어떤 방식도 수용하겠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이 공평하게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대학평의회제도를 마련하여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박상연 총학생회장은 “이 자리에서 공식적인 의결은 진행할 수 없지만 (총장이) 이 자리에 올라와 한 그 약속 지켜나가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며 “경북대학교는 26개월 동안 총장실 자리가 비어있었지만, 교육부에 굴복하지 않고 우리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 모습이 끝까지 지켜져서 지금 이 사회에서 다시 시작된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