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광호가 있어야 할 곳은 유치장 아닌 병원”

정밀검사 필요하다는 주치의 소견에도 2시간 만에 입감

15:53

경찰이 408일 만에 굴뚝 농성을 마친 스타케미칼 해고자 차광호(46) 씨를 유치장에 입감하자 건강권을 침해한 과잉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차광호 씨는 8일 오후 7시 30분께 경북 칠곡군 석적읍 스타케미칼 공장 안 굴뚝에서 내려와 땅을 밟았다. 노사가 그동안 주고받은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했지만, 경찰은 건조물 침입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차 씨는 그동안 굴뚝에서 진료한 의사의 병원에서 진료받길 원했으나, 경찰이 지정한 칠곡 혜원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리고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엑스레이와 혈액 검사만 마치고 칠곡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이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은 9일 오전 10시 칠곡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속강행을 위한 기획된 건강검진, 반인도적 인권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노사합의 후 차 씨가 내려왔음에도 형식적인 건강검진 절차를 통해 입감을 결정한 경찰을 비판했다.

10여 차례 굴뚝에 올라가 차 씨를 진료한 노태맹 대구경북인의협 노동인권위원장은 “차 씨는 가슴통증과 협심증, 위식도역류증이 의심된다. 이는 피 검사만으로는 할 수 없고, 내시경과 심전도 등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며 “주치의로서 보다 정밀한 검사와 안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음에도?유치장에 차 씨를 입감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이경자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지금 상황은 너무나 상식적이지 않다. 408일 동안 굴뚝에 있었는데 몸 상태가 정상적일 수 있겠느냐. 조사에 응하지 않을 생각도 없는데, 차가운 유치장에 가둬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며 경찰을 비판했다.

인의협도 이날 성명을 내고 “차광호 씨는 농성 중 치료받은 곳에서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 경찰은 지정병원을 강요하고, 단순검사결과 등을 근거로 유치장에 입감하였다. 그러나 이 병원은 확인한 바로, 정신질환 전문 병원이었다”며 “차 씨의 건강상 평가는 특정 진료과목이 아니라, 모든 질환과 건강상태 전반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치료받으며 조사받을 권리는 부자들과 권력자에게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도 온당히 제공되어야 한다”며 “정부와 경찰은 상식과 법에도 맞지 않는 입감이 아니라, 즉각적인 병원이송과 입원치료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혜원성모병원의 의료 소견 결과를 따랐다는 입장이다. 칠곡경찰서 관계자는 “차 씨가 다리 통증을 호소했는데, 엑스레이 촬영 결과 이상이 없었다. 혈액체취검사는 결과가 나오려면 이틀 정도 걸리는데, 의사가 특별한 이상이 없어 유치장 입감도 무리가 없다는 소견을 줬다”고 말했다.

칠곡경찰서는 9일 오전 1차 조사를 마쳤고, 오후 2차 조사를 마친 후 검찰 지휘를 받아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체포영장으로 구금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48시간이다. 이후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차 씨는 구치소로 이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