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황교안 총리 뺑소니’ 피해 시민,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충돌 후 조치 없이 떠나...경찰, 형사 입건 지연으로 증거 보존 안 돼"

22:33

지난 7월 15일 경북 성주군에서 벌어진 황교안 총리 탑승 차량과 부딪힌 ‘뺑소니 사건’ 당사자인 성주군민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민수(37, 성주읍) 씨는 지난 7월 15일 성주를 방문한 황교안 총리 차량 앞에서 자신의 차량을 주차했다가 경찰의 과도한 조치로 차량이 파손됐고,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 씨가 신고한 뺑소니 사고 신고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이 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관련기사=황교안 총리 탑승차, 일가족 5명 탄 성주군민 차 들이받고 빠져나가)

▲7월 15일 황 총리 탑승 차량이 들이 받고 부서진 이 씨의 차량. 황 총리 일행은 이 씨 차량을 그대로 두고 성산포대로 향했다.
▲7월 15일 황 총리 탑승 차량이 들이 받고 부서진 이 씨의 차량. 황 총리 일행은 이 씨 차량을 그대로 두고 성산포대로 향했다.

이민수 씨와 아내, 자녀 등 5명은 당시 차량에 발길질하고 유리창을 깼던 경찰 3명, 사고 차량을 운전했던 경찰 1명, 그리고 이들의 사용자인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다. 16일 오후 2시 10분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단독부(판사 최정인)에서 1차 변론 기일이 열렸다.

이 씨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후 6시 10분께 성산포대 진입도로(편도 1차로)에서 황 총리를 포함한 국방부 관계자가 탑승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차량(EF소나타) 앞에 주차했다. 이 씨는 황 총리 탑승 사실을 확정하지는 못했다. 다만, 경찰차 수행을 받는 차량 탑승자에게 사드 철회를 부탁하기 위해 차를 세웠다. 그러나 앞서 이 씨를 지나친 경찰차에서 경찰 2명, EF소나타에서 경찰 1명이 내렸다. 그러고는 이 씨 차량을 밀기 시작했고, 이 씨는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웠다.

이 씨 차량이 움직이지 않자 경찰 3명은 주먹과 발길질로 차 유리창을 치며 내리라고 외쳤고, 이에 이 씨의 딸(10)과 쌍둥이 아들(7)이 놀라 울기 시작했다. 이 씨는 경찰에 “내리겠다”는 뜻을 전하고 발길질을 멈추라고 했으나, 경찰은 둔기로 차량 유리를 깼다. 이 씨는 하차하려 했으나, EF소나타가 전진하며 이 씨 차량 오른쪽 뒷 범퍼를 들이받고 성산포대로 올라갔다.

▲경찰은 곤봉으로 이 씨 차량 유리를 부수었다.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경찰은 곤봉으로 이 씨 차량 유리를 부수었다.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이 씨의 소송대리인 류제모 변호사(법무법인 우리하나로)는 “국방부 장관이나 국무총리가 타고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차량을 가로막은 것은 원고 측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은 차량(소나타)을 가로막자마자 (이 씨의)차량 유리창을 깼다”라며 “곤봉으로 보이는 물건으로 운전석 주위의 유리창을 깼고 유리창을 깨자마자 국무총리가 탑승했던 차량은 이 씨의 차량을 치고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지나갔다. 이 씨와 이 씨 가족의 신체적 정신적 손상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한다”고 소송 취지를 설명했다.

또,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지방경찰청의 사건 처리 지연으로 증거보존이 어려운 상황도 문제가 됐다. 피고 측은 당시 이 씨가 고의로 차량을 후진해 경찰 차량을 들이받아, 이 행위가 특수공무집행방해 행위라고 본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 후 한 달이 지나도록, 해당 사건을 입건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씨는 사건 관련 증거보존 신청을 하지 못했다. 사건을 담당하는 경북지방경찰청이 소속 경찰을 수사해야 하는 상황, 충돌한 사고 차량 파손 부위가 일치하지 않는 점 등의 의혹으로 증거보존이 더욱 필요한 상황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피고 측은 당시 경찰 조치가 정당한 공무수행이었으며, 차량 충돌로 이 씨가 당한 피해도 스스로 후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소송대리인인 황선익 변호사는 “국무총리를 호위하는 정당한 공무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이 씨가) 차량으로 막았다. 차에서 내려 신분을 밝히라고 요구했으나 불응하는 상황에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며 “조치 과정에서 원고가 차량을 후진해서 차량을 들이받았다. 원고가 주장하는 피해는 원고의 행위로 발생한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민수 씨와 성주군민들이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경찰의 과잉 대응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민수 씨와 성주군민들이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경찰의 과잉 대응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한편, 지난 9월 해당 사건을 입건해 수사 중인 경북지방경찰청은 조만간 이 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