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뉴스민은 오는 11월 12일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12대 요구안과 관련해 대구경북지역 시민의 목소리를 매일 싣습니다.
(1) 최일영 민주노총 대구본부 정책교육국장
(2) 최창훈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부의장
(3) 홍승용 현대사상연구소 소장
(4) 김덕중 함께하는대구청년회 대표
(5)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6) 황성운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장
(7) 10월문학회 고희림 시인
(8) 정주리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9) 임선영 금속노조 대구지부 교육선전부장
우리는 재벌기업이 시공한 △△아파트에 살며 재벌기업이 만든 가전제품을 이용합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여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하며 회사에서 □□푸드가 제공하는 식사를 합니다. 퇴근 뒤 간혹 ▰▰영화관에서 문화생활을 즐기기도 하며 종종 있는 회식에서는 ◉◉카드로 결제합니다. 혹시 몰라 ◍◍생명보험에 가입해뒀으며, 큰 병이라도 걸리면 서울에 있는 큰 병원인 ◐◐병원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재벌기업의 광고수입에 의존한 티브이를 보며 때때로 ◎◎기업 소유의 놀이동산에 놀러 갑니다. 이렇게 삼성·현대차·엘지·에스케이 등 4대 재벌이 생산해 독과점적으로 유통되는 재화 비중은 국민총생산(GDP) 대비 70%에 달합니다. 30대 재벌로 넓히면 그 비중은 90%가 넘습니다. 우리 삶을 지배하며 노동자·서민의 돈을 빨아들여 자산을 늘리고 있는 재벌 세상,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요?
영화 <내부자들>, <베테랑>에는 재벌이 나옵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재벌의 횡포, 독점, 착취, 갑질, 불법, 탈법적 경영세습과 지배구조는 한국식 재벌의 기형적인 민낯입니다. 재벌의 경영세습에 대해 물으면 간혹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버지 회사를 자식이 물려받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나 ‘가업(家業)’을 물려받는 것과 ‘주식회사’를 물려받는 것은 다릅니다. 가업을 물려받는 예는 100% 사업주 소유의 국수가게를 그 아들이 국수 뽑는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고 가게, 시설 전반을 이어받는 것입니다.
반면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공적으로 소유한 회사지 회장 개인소유가 아닙니다. 그런데 재벌은 ‘주식회사’를 ‘회장 핏줄’에게 물려주는 경영세습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영세습은 불법과 탈법, 편법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또, 재벌의 경영세습은 ‘능력’을 이어받는 것이 아닌 ‘재산과 권력’을 이어받는 과정입니다. 이런 경영세습은 그 자체가 불법, 탈법적인 왕좌 물려주기라서 만이 아닙니다. 경영세습을 위해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과 부당 내부거래, 부의 집중과 갑질 횡포 등 여러 부작용이 경제를 망치기 때문입니다.
재벌집단의 경영세습, 재산상속 과정에서 흔히 쓰이는 일감몰아주기는 불법, 탈법, 편법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객관적인 기준 없이 대기업 총수 자녀가 주주로 있는 법인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일감을 받은 법인은 매출이익이 발생하고 그 결과 주가가 오릅니다. 그 결과 재벌가 자녀의 재산은 자연히 늘어납니다. 이런 방법으로 재산을 상속하거나 늘려줍니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어, 소수집단 즉, 재벌에게 부가 집중되고 절대다수가 빈곤한 양극화 사회로 이어집니다.
국내 기업체 중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노동자 중 87%가 중소기업에서 일합니다. 하지만 부는 1%의 재벌이 독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현대-SK-LG> 상위 4개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30대 그룹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니, 기업 간에도 부의 집중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재벌대기업은 천문학적 이윤을 내는 데 반해 고용창출은 미미합니다. 또, 이런 구조 속에서 중소기업은 수익성이 떨어져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원하청 불공정거래’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원청이 하청에 대해 갑질하는 ‘약탈경제’ 구조입니다. 물량 밀어 넣기를 하던 남양유업의 갑질, 대형마트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 제조업의 원하청 불공정 거래 등 약탈 경제는 산업과 업종을 가리지 않습니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시장 점유율 70%라는 독과점 지위를 악용해 납품단가를 떨어뜨리고 가족소유 계열사에 일감몰아주기 특혜를 줍니다. ‘원청-1차밴더-2차밴더’로 종속시켜 물량과 노무관리까지 개입하고 있습니다. 원하청 지배구조는 부의 집중과 경영권 세습에 악용되고 독점적 시장지배력으로 절대 권력을 휘두릅니다.
재벌 30대그룹이 이익잉여금을 쓰지 않고 사내에 쌓아둔 사내유보금은 2015년 기준 760조입니다. 재벌 곳간은 돈이 넘쳐나는데, 중소하청기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하청에 대한 대기업의 이윤약탈은 중소기업 수익성을 약화시켜 기술개발과 투자를 약화시키고 제조업 전반을 어렵게 만듭니다. 뿐만 아니라 원-하청 간 임금격차와 늘어난 비정규직, 간접고용은 사회양극화의 근본 원인입니다.
이런 재벌 문제를 개혁하지 않고 경제개혁을 말하기는 어불성설입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경제개혁을 하려면 먼저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며 노동자를 상시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저성과자 해고제도 지침을 내리고 재벌들에게는 구조조정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원샷법을 통과시켜주었습니다. 재벌개혁이 곧 경제개혁임에도 노동개혁이라는 미명아래 노동개악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눈 가리고 아웅인 꼴입니다. 소수 재벌의 다수인 전 국민에 대한 착취구조를 뜯어고치는 올바른 경제개혁, 바로 재벌개혁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