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박근혜 퇴진 대구 시국대회’에 참가한 한 고등학생의 발언 영상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화제다.
8일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대구 여고생 발언’, ‘대구 여고생 자유 발언’ 등 실시간 검색어 2위까지 오르며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게시된 발언 영상은 현재 조회수 36만을 넘었고, 공유만 4천 건을 넘었다.
지난 5일, 대구 송현여자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성해(18) 씨는 직접 작성한 발언문을 모두 외워 자유 발언에 나섰다.
조성해 씨는 “56년 전 1960년 2월 28일, 대구 학생들이 불의와 부정을 규탄하며 민주주의 지켰듯이, 또다시 우리 대구 시민들이 정의의 기적을 일으켜야 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저희 청소년들은 앞으로 짊어져야 할 정부 부채와 폐쇄적 사회구조를 보며 이러려고 공부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울 뿐”이라며 재치있게 박근혜 대통령을 비꼬기도 했고, “박근혜 씨야말로 이 모든 사태에 대한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발언 순서를 기다리며 집회 내내 발언문을 외우는 조 씨의 모습이 보였다. <뉴스민>이 취재를 위해 받은 발언문에는 몇 번을 지우고 고친 흔적이 고스란히 있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박근혜보다 100배 낫다”, “누구는 수첩만 보고 말하는데 고등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메모 하나 안 보고 말하네”, “사이다도 이런 사이다 없네요”, “두 번을 들어도 명연설이네”, “그녀가 꼭 이 영상을 봤으면” 등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조성해 씨의 발언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현재 송현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조성해라고 합니다. 먼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신 걸 보아하니 제가 혼자는 아닌 것 같아 힘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우리는 오늘 박 대통령, 사실 그녀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이 세상 어느 나라의 어떤 사전이나 관례에도 나라와 국정을 무당의 손에 맡기고 꼭두각시 노릇 한 지도자를 칭하는 호칭이 없어 아직은 부득이하게 대통령이라 칭하겠습니다. 네, 그러한 박 대통령이 국가 권력을 사유화한 최순실 씨와 함께 나라를 방치하고 국민을 조롱한 죄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여기 모였습니다.
사실 저는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평소 같았다면 저는 자습실 책상에 앉아 역사책을 읽으며 곧 다가올 11월 모의고사를 준비했을 것입니다. 허나 저는 부당하고 처참한 현실을 보며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에 오늘 이 살아있는 역사책의 현장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해야만 했습니다. 저를 위해 피땀을 흘려가며 일하시는, 그러나 사회로부터는 개돼지, 흙 수저라고 취급받으며 살아가는, 사랑하는 저의 부모님을 위해, 사회에 나가기 전부터 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보며 자괴감을 느꼈을 수험생 언니를 위해, 또 아직은 어려 뭘 잘 모르는 동생을 보며 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와 내일을 만들어주기 위해 저는 무언가를 해야만 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언론이 박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 씨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박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외에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 , ‘위안부 합의’ , ‘ 세월호 참사 ’, ‘ 한반도 사드 배치 ’ 등의 말도 안 되는 정책과 대처로 국민들을 농락해왔고, ‘증세 없는 복지’라는 역설적인 공약을 내세워 대통령직에 당선된 후에도 담뱃세 등의 간접세를 인상하는 등 서민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과 경제를 위해 하야할 수 없다는 식의 의견을 남겼지만 여러분, 그녀가 있을 때에도 국정이 제대로 돌아간 적이 있긴 했습니까? 대체 당신이 만들고자 했던 나라는 어떤 곳입니까? 당신이 되고자 했던 대통령은 어떤 사람입니까? 약속했던 복지는 모두 행방을 모르게 되었고, 우리의 혈세는 복채처럼 쓰였습니다. 저희 청소년들은 앞으로 짊어져야 할 정부부채와 폐쇄적 사회구조를 보며 이러려고 공부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울 뿐입니다. 즉, 박 대통령, 아니 박근혜 씨야말로 이 모든 사태에 대한 본질이며 최순실 씨는 포문을 여는 게이트 역할을 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최순실 씨나 박 대통령 서로 확연히 다른 것이 있다면 하나, 박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자, 즉 대통령이란 직함과 권력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권력이란 그 힘의 세기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 또한 커지는 법입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인 주권자가 선사한 권력을 사사로운 일에 남발하고 국민의 허락 없이 제멋대로 이를 누군가에게 위임하는 등 남용해왔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권력을 남용했다면, 이제는 그 남용한 권력에 대한 책임을 질 차례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개국 97주년 11월 5일, 다음과 같은 박 대통령의 책임을 요구합니다.
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연설문 및 청와대 홍보자료를 배포, 수정하여 민주주의를 부정한 사실과 그 외로 최순실의 수많은 국정개입과 관련된 모든 최순실 게이트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십시오. 저희가 원하는 것은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어줍지 않은 해명이 아닌 진실입니다. 우리 국민, 주권자들에게는 이를 알아야 할 이유가 있고, 알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을 포함한 국가 근간을 유린하고 국민을 농락한 자들을 대상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검찰 수사를 즉각 진행해주십시오. 정부도 국회도 믿을 수 없는 이 판국에 검찰의 말이 믿기겠습니까? 반드시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통해 엄중히 처벌해주십시오. 우리는 더 이상 의미 없는 이 진실게임을 계속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감성 팔이식의 쇼를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책임적 대처로 응답하십시오. 우리는 꼭두각시 공주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개돼지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런 당신의 100분짜리, 또는 9분 20초짜리의 정성스런 헛소리가 아닌 앞서 언급한 모든 잘못에 상응하는 책임적 사과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물론, 당신의 지지율이 5%이고 20대 지지자가 100명 중 1명인 이 판국에서, 당신의 사과는 먼저 당신이 하야하였을 때 비로소 진정성을 조금이나마 담아낼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
저는 두렵습니다. 민주를 위한 저희의 노력이 그리고 이 사건의 본질이 언제나 그랬듯이 다른 사건들처럼 점차 희미해지고 변질되어 잊힐까봐, 그래서 또다시 이런 제정일치 사회 속에 몸담아야 할까봐 두렵습니다. 청소년들의 꿈 꾸는 내일을 위하여 부디 본질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56년 전 1960년 2월 28일, 대구 학생들이 불의와 부정을 규탄하여 민주주의를 지켰듯이, 또다시 우리 대구 시민들이 정의의 기적을 일구어야 할 때입니다. 존경하는 대구 시민 여러분, 이제 마지막이 아닌 이제 시작입니다. 이 길의 끝은 어딘지, 거긴 무엇이 있을지 또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 꼭 그 끝을 봅시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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