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이름만 바꾼 박정희 기념사업 그대로?

박정희 때 창설한 민방위대, 향토예비군, 자연보호헌장 기념사업 유치 시도

17:18

구미시가 내년도 박정희 탄생 100돌을 맞아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비판 여론을 의식해 기념사업과 무관한 것처럼 포장해 진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구미참여연대는 7일 성명을 통해 “구미시가 박정희 뮤지컬 취소와 함께 추진을 포기했던 박정희 사업을 내년 업무 계획에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미시 상모동에 조성된 박정희 기념 동상. 지난 10월 26일 박정희 사망 37주기를 맞아 추모하는 사람들,
▲구미시 상모동에 조성된 박정희 기념 동상. 지난 10월 26일 박정희 사망 37주기를 맞아 추모하는 사람들,

2017년 구미시 주요업무계획(안)을 보면 구미시는 ▲구미 낙동강 수상 불꽃 축제 ▲2017년 경북과학 축전 ▲제42주년 민방위대 창설 기념행사 ▲제39주년 자연보호헌장 선포 기념식 ▲제49주년 향토예비군의 날 행사 등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들은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을 위해 구성된 TF팀에서 검토된 적이 있고, 박정희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어서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구미시 박정희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팀 관계자는 이 사업들이 TF팀 차원에서 검토된 적이 있다는 건 인정했지만, 기념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념사업은 2017년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사업 구미시민추진위에서 결정한다”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방위대, 향토예비군, 자연보호헌장은 모두 박정희 대통령이 창설하거나 선포한 것들이어서 박정희 기념사업 일환이라는 의혹이 짙다. 더구나 민방위대 창설 기념식, 자연보호헌장 선포 기념식은 전국 단위, 향토예비군 창설 기념식은 도道 단위 행사여서 구미시가 자발적으로 유치 신청을 해야 하는 사업들이다.

박정희 탄생 100돌이기도 해서 민방위대 창설 행사 유치를 신청했느냐 물음에 해당 부서 관계자는 “그것도 고려는 했다”며 “하지만 100돌 사업이 아니라 자체행사로 할 것”이라고 답했다.

자연보호헌장 선포 기념식 해당 부서 관계자는 “100돌 사업과 무관하게 진행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 38주년 자연보호헌장 선포 기념식은 전북 익산에서 열렸고, 구미시에서는 2013년 35주년 선포 행사가 열린 바 있다. 내년에도 기념식을 열면 4년 만에 다시 여는 기념식이다.

41주년 민방위대 창설 기념행사와 48주년 향토예비군 날 행사는 각각 경기도 수원과 경북 군위에서 열렸다. 구미시가 매년 자체적으로 추진하던 행사가 아닌데, 하필 박정희 대통령 100돌인 내년에 이 사업유치를 공통으로 신청한 것이다.

구미참여연대는 앞의 사업을 포함해 ▲KBS 열린 음악회 유치 ▲코레일과 연계한 관광열차 운영 사업 등이 박정희 100돌 기념사업으로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구미시가 박정희 100돌 기념사업으로 확정한 ▲기념 우표 및 메달 제작 ▲휘호·탁본집 발간 전시회 등과 함께 박정희 100돌 기념사업 또는 박정희 관련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만 약 20억 원에 달한다.

구미참여연대에 따르면 구미시는 ▲새마을 테마공원 조성(870억) ▲생가주변공원화 사업(286억) ▲박정희 역사자료관(200억)도 내년 또는 2018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이 사업들은 준공 이후에도 10억~40억가량 운영비가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미참여연대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구미시의 치졸한 행태가 드러난 것”이라며 “구미시와 경상북도는 박정희 100년 사업을 전면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최순실 사태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고통받는 상황에서 그리고 빈곤한 복지와 경제 불황에 고통받는 주민들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박정희 100년 사업을 거창하게 추진하는 데 혈안이 된 구미시와 경북도의 모습은 주민들의 분노만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