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정태옥 의원(북구갑)은 새누리당 내 친박계로 분류된다. 하지만 정 의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관련해 공개 발언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간혹 언론이 질의할 때에만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을 할 뿐이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정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감사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이 금호타이어, 한진그룹 등이 미르재단에 기부금을 낸 것을 추궁할 때도 이에 대한 언급 없이 국감에 임했다.
지난달 27일 대구MBC 보도를 보면 정 의원은 “기본적인 정서는 이래가지고 국가적인 리더십이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는 상황에서 나라가 지금 어떻게 되느냐, 거기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를 우리 젊은 의원들 간에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말했고, 28일 일요서울을 통해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전만 해도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이젠 다들 망연자실한 분위기”라고 밝힌 정도가 정 의원이 현 국면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전부였다.
최순실 쟁점된 국정감사서 침묵으로 일관
친박계 추경호(달성군), 곽대훈(달서구갑)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추경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지역구였던 달성군을 공천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총선 당시 곽상도 의원이 이곳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추 의원이 내려오면서 쫓겨나듯 중남구로 떠나기도 할 정도로 추 의원은 친박 중에 친박으로 꼽혔다.
하지만 추 의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추 의원이 소속된 기획재정위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설립 문제를 따져 물었지만, 추 의원은 이승철 부회장에게 질문하나 하지 않았다.
여야 불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질의가 끊이지 않았던 지난달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추 의원은 오히려 “공직자들께서 굉장히 무거운 마음으로 있을 것”이라며 “이럴 때 평소에 하시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이 보이면 그것이 오히려 더 크게 보일 수 있는 시점”이라고 청와대와 정부 관료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만 전했다.
대구 달서구에서 구청장만 세 번 연임한 곽대훈 의원 역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앞에서 말을 잃었다. 곽 의원은 지난달 26일 새누리당 초선모임에 참석한 후 “최순실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더 이상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공통적”이라고 모임 분위기만 전했을 뿐 개인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비박계 공천 학살에서 살아남은 김상훈 의원
2015년, 정윤회 문건 수사 결과 발표 후 특검 반대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상훈 의원(서구)이 공개적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언급한 기록을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난해 1월, 검찰의 정윤회 문건 수사 결과 발표 후 야당에서 특검 요구가 거세지자 국회에서 이를 거부하는 새누리당 입장을 대변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정윤회 씨를 비선 실세로 지목한 문건 내용이 허위라는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지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야권에서는 검찰 수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김상훈 의원은 그해 1월 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와 관련해 “1월 5일 청와대의 문건유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다”며 “저는 청와대 문건유출 건에 대해 오늘 여야의 위원님들께서 충분하게 갖고 계시는 의문을 질문 하시고 청와대 비서실을 통할하는 (비서)실장께서 성실하게 답변함으로써 이 부분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호사가들의 입에나 오르내릴 만한 문제를 가지고 더 이상 운운하는 것은 우리가 한편으로는 좀 정치의 본령을 벗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특검 도입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이 당시 최순실-정윤회 씨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는 불명확하지만, 김 의원이 호사가들 입에나 오를 내릴 만한 문제라고 지적한 사안은 주인공만 달리 한 채 사실로 드러났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김 의원이 현재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데다 지난 국감 기간 동안 보건복지위는 故 백남기 농민 사인을 두고 여야 갈등이 대립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