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 출신CEO (주)오토, 외주화·노조탄압 논란

노조 "신규채용, 회유 등 노조 무력화", 회사 "노조가 대화 거부"

15:31

독립운동가 후손, 노조위원장 출신 CEO로 알려진 김선현(57)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오토에서 외주화와 노조탄압 논란이 제기됐다. 사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노조(금속노조 오토지회)는 노조 결성 이후 기업노조 설립, 40여 명 신규채용, 신규 설비 도입 중단 등 노조 무력화 시도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오토는 자동차 기어 부속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다. 경북 경주, 충남 예산과 베트남에 공장을 둔 중견기업이다. 제조업 특성상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김선현 대표가 은행권 노조위원장 출신 CEO로 언론에 종종 소개됐다. 특히, 김선현 대표는 독립운동가를 여럿 배출한 집안과 노동조합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3천억 매출 기업 CEO가 된 철(鐵)의 노조위원장, 프레시안 2012. 4. 17)

▲프레시안 기사 갈무리

노조에 따르면 ㈜오토 경주공장은 올해 초 영업팀과 품질팀 업무를 도급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우고, 사직서를 요구했다. 노동자가 개별 도급업체 사장이 되라는 거였지만, 사실상 외주화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고용불안을 느낀 노동자들은 생산직을 중심으로 4월 21일 노조를 결성했다.

이에 대해 ㈜오토 김선현 대표이사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노조가 주장하는 소사장제가 아니다. 직원들이 80% 이상 지분을 갖는 자주경영제도를 도입하고자 한 시도였다”며 노조의 주장에 반박했다. 노조 설립 다음날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영상을 보내 “의도와는 달리 강압적으로 느꼈다면 사과드린다. 여러분이 원하지 않는다면, 사내협력사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의 의도의 사실여부와 별개로 고용 형태의 변화는 노동자들에게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금속노조 가입 후 일주일 후인 4월 27일 기업노조가 결성된 것과 관련해 사측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변창훈 금속노조 오토지회장은 “사측은 사직서를 강요하면서 도급화를 추진한 것 때문에 고용불안을 느껴 노조를 결성했다”며 “대표이사는 교섭 자체에도 불성실했다. 오히려 집으로 통신문을 보내 노조 탈퇴 회유에만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김선현 (주)오토 대표이사가 노조원 집으로 보낸 통신문

그리고 회사는 지난 1일 조합원 집으로 ‘통신문’을 보냈다. 가족은 노조 활동에 대해 걱정스런 시선을 보냈고, 조합원들은 압박감을 느꼈다.

변 지회장은 “관리자들이 가족에게 전화해 ‘노조가 생기면 신규아이템을 못 받는다’, ‘회사가 망한다’는 전화를 돌렸다. 또,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지만, 노조 설립한 다음 사무직원을 중심으로 40여 명을 신규로 채용했다. 쟁의행위(파업)에 돌입했을 때 대체인력 투입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선현 대표는 “사무직원 중심으로 결성한 노동조합을 하지 못하게 할 이유가 없다.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노동자의 자유이자 권리”라며 회사의 기업노조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변창훈 지회장은 고용불안뿐만 아니라 열악한 근로조건 문제를 지적했다. ㈜오토 노동자들의 근무일수는 월 28일에 달했다. 시급이 최저임금이라, 야간근무와 주말 특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간·특근을 빠지면 관리자로부터 인격모독을 당하기도 했다. 특히, ‘인센티브제도’가 시행되고 나서부터 업무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인센티브제도는 완성품 1개당 가격을 매겨서 총 생산수량을 월급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노동자 각자에게 등급을 평가하고 경쟁을 촉진했다. 자연스레 야간·특근을 빠질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인센티브제와 관련해 김선현 대표는 “인센티브제로 고혈을 짰다고 주장하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장시간 노동을 줄이면서도 물량을 맞추려면 기계를 늘리거나 외주를 줘야 한다. 예산이 없어 기계를 늘리지는 못하고, 외주는 안 된다고 하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노조가 원하는 요구안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변창훈 금속노조 오토지회장

이에 대해 변 지회장은 “사실과 다르다. 노조 설립 전까지 물량 확보를 위해 신규로 도입하기로 한 기계를 계열사 공장으로 빼돌렸다”고 말했다. 5월말 경주 공장에 증설 예정이었던 신규 설비는 울산 언양에 있는 계열사 ㈜모토에 설치됐다.

이어 “인센티브제 없애고 임금체계 개편안을 내기 위해서는 자료가 필요하다. 회사에 자료를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자료도 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공장에 설치된 CCTV 50대도 노동자에게는 압박이었다. 변창훈 지회장은 “회사가 화재 예방 목적이라며 CCTV를 설치했는데, 일하면서도 감시받는 느낌이다. 노조 설립 후 카메라 방향도 조절했고, 경비실에서 하던 모니터링을 관리팀으로 넘겼다”며 “화재 예방 목적을 내세웠지만, 노조 활동 감시로 보인다”고 말했다.

5월 27일부터 시작한 교섭은 10여 차례를 거쳐 현재, 결렬된 상태다. 사측은 “지금도 교섭을 위해 협의를 요청했지만, 대화를 (노조가) 거부하고 있다” 고 밝혔지만, 노조는 “회사가 교섭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며 계속 시간을 끄는 등 불성실했고 교섭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노사는 현재 161개 내용 가운데 60개 쟁점사항 협의가 남았고, 노조는 쟁의행위에 돌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