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뉴스민은 오는 11월 12일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12대 요구안과 관련해 대구경북지역 시민의 목소리를 매일 싣습니다.
(1) 최일영 민주노총 대구본부 정책교육국장
(2) 최창훈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부의장
(3) 홍승용 현대사상연구소 소장
(4) 김덕중 함께하는대구청년회 대표
‘헬조선’, ‘지옥불반도’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N포세대’, ‘달관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은 높은 실업률, 취업난으로 무기력하게 자조하고 있다. 이런 청년들에게 이전 세대의 활력과 패기를 찾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일은 하루하루 목을 조르는 절망감과 무기력함을 달고 사는 청년에겐 사치와 다름이 아니다. 안정적 고용이 보장된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만 가고, 계약직, 임시직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 취업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정규직이냐?’는 질문이 먼저 나오는 세상.
과연 누가 어떻게 청년을 이런 상황으로 내몰았는가? 거슬러 올라가면 IMF 이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용 유연화를 위해 비정규직이 양산하면서 이런 고용 생태계를 만들었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IMF는 누가 몰고 왔는가? 국제수지 만성 적자, 금융기관 및 기업의 해외 단기부채 증가, 과다차입, 5대 산업에 중복투자, 금융기관 부실채권, 정경유착, 분식회계 및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등이 원인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바로 대기업과 부패한 정부의 합작품이다. 그 결과 고통은 대다수 국민이 지고 있다.
대기업은 사회적 책무는 방임하고, 몸집을 불려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그들만의 돈 잔치를 하고 있다. 반면 비정규직, 계약직 양산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명목 하에 법인세 인하를 비롯한 각종 특혜를 주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10대 기업 사내유보금이 550조를 돌파했다는 뉴스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정경유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지금 우리 사회를 혼돈에 빠뜨린 ‘최순실 게이트’만 봐도 권력과 재벌의 만남은 망국의 지름길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도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노오오력’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청년세대가 삶을 개척하려는 노력은 등한시한 채 사회가 해결해주기만을 바란다는 모 정치인의 말을 비꼬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기성세대, 기업, 정치인들이 이러한 시선으로 청년을 바라보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기도 하다. 과연 개인의 노력으로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운이 따라준다면 일부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 청년은 이런 사회 구조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찾기는커녕, 더욱 깊은 절망과 무기력 속에 살아갈 것이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결과는 뻔하다. 안정적 일자리가 없으면, 결혼이 힘들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인구절벽 현상을 맞이할 것이다. 생산인구가 줄어들고, 국내총생산은 당연히 줄어들고, 국가 경제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이미 그런 징조를 보인다. 누가 봐도 뻔한 결과가 예상됨에도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인 정부는 대기업과 손을 잡고, 청년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다.
재벌의 사내유보금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그 시작이다. 청년의 삶을 안정시키고,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 절망을 넘어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소위 기득권 세력의 장난질에 국민의 삶, 특히 청년의 삶이 계속 휘둘린다면, 우리 미래는 헬조선을 넘어, 멸망으로 치달을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가 청년만의 문제가 아님을 공감하고, 전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 시작은 정부의 역할에 달려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정부의 자각을 위해서라도 청년의 분노를 보여주어야 한다.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서 청년의 함성이 서울 하늘을 뒤덮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