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모인 장애인 단체가 대구시립희망원 인권 유린과 비리 문제에 대해 천주교대구대교구에 운영권을 반납하고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3일 오후 3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6개 장애인단체로 이뤄진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을 위한 전국 장애계 대책위원회’ 300여 명은 대구시 중구 계산성당 앞에서 대구시립희망원 수탁기관인 천주교대구대교구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천주교대구대교구와 대구시에 ▲대구시립희망원 시설 폐쇄 ▲천주교대구대교구 운영권 반납 ▲대구시장 사과 및 시설 위탁 철회 ▲대구시립희망원 생활인 탈시설-지역 정착 지원 ▲장애인 자립생활주택 확대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을 요구했다.
지난 1일 천주교대구대교구 쇄신위원회는 희망원 내 박정봉 성요한의집 원장과 글라라의집⋅라파엘의집 사무국장 2명, 시설관리팀장 1명 등 4명을 직위 해제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42개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는 이를 두고 “원장 신부들과 핵심관계자인 A 국장 등은 모두 제외됐다”며 “몸통은 그대로 둔 채 깃털 몇 명만 직위 해제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은재식 대책위 공동대표는 “희망원의 인권 유린과 비리라고 생각했는데 천주교대구대교구가 그 중심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36년간 생활인들을 방치하고 비리를 조장한 것은 희망원이 아니라 천주교대구대교구였다”며 “검찰이 다 밝히지 못하더라도 천주교대구대교구는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낱낱이 고백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전국적으로 시설 비리가 이어지고 있는데, 시설 장애인들이 지역 사회에서 집을 갖고 친구들을 만나며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이 아직도 없다”며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운영권을 반납하고 새로운 법인이 운영하는 것만 원하는 게 아니다. 대구시가 장애인자립생활주택을 만들어 시설 생활인들이 모두 나와 함께 사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시간 30분 동안 집회 후, 천주교대구대교구청 별관까지 행진했다. 오후 7시부터 계산성당에서 대구시립희망원 희생자 129명에 대한 추모 공연 등을 열고, 1박 2일 노숙투쟁을 한다. 또, 4일 오전 8시부터 대구시청으로 행진해 대구시립희망원 생활인의 탈시설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지난달 27일 대구시립희망원을 압수 수색하고 수사에 나섰다. 대구시 감사관실, 대구서부고용노동청도 진상 조사에 나섰으며, 국가인권위원회도 조사를 마치고 결과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