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로부터 무상 임대한 건물을 제3자에게 돈을 받고 임대해 위법 논란을 일으킨 한국노총 구미지부가 16년 전에도 같은 문제로 지적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구미시의회에서 이 문제가 다뤄졌지만, 구미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구미시는 “문제 지적 당시 자료는 찾기 어렵지만 위법 전대 형식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7일 구미참여연대가 이 문제를 지적했을 때 구미시 노동복지과 관계자는 2014년부터 전대(轉貸, 빌려온 것을 다시 빌려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000년에 이미 같은 문제로 시의회에서도 논란이 됐고, 구판장 인근 상인들이 10여 년 동안 전대가 있었다고 증언한 만큼 또 다른 전대 사례가 있는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한국노총, 구미시 20년 ‘무상’임대 건물 제3자에 돈 받고 임대(‘16.10.17))
2000년, 구미시의회 본회의서 이정석 의원 지적
한국노총 → 박OO 소장 → 14개 매장 쪼개기 임대
노총 지부장 출신 시의원, “(저촉된) 허가조건 바꿔야!” 비호
2000년 11월 22일 3대 구미시의회 56회 2차 본회의에서 이정석 당시 구미시의원은 “구미시장과 한국노총 구미지부장과 구판장운영계약서 4조 5항에 의하여 임대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부장과 박OO 구판장 소장과 계약서 내용을 보면 보증금 6천만 원, 월 임대료 950만 원, 3년간 임대하고 구판장 직원 퇴직금은 한국노총이 책임진다고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지적에 따르면 한국노총으로부터 구판장을 임대한 박 모 소장은 다시 구판장을 재임대해 월 694만 원을 받기도 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박 모 소장은 스포츠 레저, 문구, 속옷, 세탁편의점, 옷 수선, 식당 등 14개 매장을 재임대해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90만 원까지 임대료를 받았다.
이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 관계 공무원들이 알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며 “알고 있었다면 관계 공무원의 직무유기가 아닌지 묻고 싶다”고 힐난했다.
이 의원이 지적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 의원은 “한국노총 구미지부 구판장 건물은 화장실을 없애고 점포를 만들어서 가건물을 지어 물건을 적재하고 있다”며 구미시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건물을 용도 변경해 사용한 점도 짚었다.
이에 이재웅 당시 구미시 경제진흥국장은 “(구미시공유재산관리조례시행규칙상) 사용 허가받은 재산을 전대 또는 그 권리를 양도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재차 “계약서상으로도 타인에게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이재웅 국장은 중도해약까지 언급하며 후속조치를 묻는 이 의원에게 “시에서는 운영에 관한 사항은 노총에서 자체적으로 운영규약을 제정해서 운영토록 조치를 했었다”며 “시에서 적극적으로 운영에 관한 것까지 지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조금 전에 말씀하신 그 사항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토를 해봐야 할 될 부분이라고 이해를 해주시면 좋겠다”고만 답할 뿐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진 않았다.
그러자 이번엔 한국노총 구미지부장 출신 마창오 당시 구미시의원이 “우리 조례상 ‘전대할 수 없다’ 이렇게 되어 있는데 이것을 검토를 하겠다 이러는데 검토할 사항이 아니”라며 “이걸 어떻게 검토합니까? 허가조건 자체를 바꾸든지 조례를 바꿔서 이 조항을 빼든지 해야지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이 자리에서 명확하게 말씀해주셔야 한다”고 전대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문제가 된 조항을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마 의원은 “지원을 해주려면 허가조건이라든지 우리 조례를 고쳐서 보수를 해줄 수 있는 쪽으로 지원할 수 있는 쪽으로 고쳐서 해주라는 것”이라며 “허가조건하고 조례하고 너무나 틀리기 때문에, 정반대로 가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부터 전대했다던 구미시, 2000년 문제 인지 못해
“구미시, 한국노총 지원사업 조작으로 이뤄져⋯市가 주도”
구미시는 당시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목적 외 건물 변경은 원상복구가 됐고, 전대 문제는 당시 시청 직원들은 모두 퇴직했고, 자료도 사실상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노총에 확인해보니 지금 말하는 전대의 형식은 아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장이라든지, 직원을 구판장을 운영하도록 채용해서 성과급제로 계약을 해서 그 사람들이 구판장을 운영하고 일정 부분 소득 이상을 올리면 노총에 얼마를 주기로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채용이라면 한국노총이 임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냐는 물음에 “그런 부분은 확인이 안되고, 성과급제로 운영했다고 한다”고만 답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당시 한국노총 구미지부는 일종의 변행된 도급 형식으로 구판장 운영을 맡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 관계자는 “당시 관련 직원들이 모두 퇴직했고, 서류도 5년이 지나면 폐기를 해버리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황대철 구미참여연대 대표는 “시에서 2014년부터 전대했다는 말도 현재 불거진 문제를 덮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했다”며 “한국노총과 관련된 보조, 위탁사업이 조작으로 이뤄지고 있고, 조례부터 한국노총 맞춤형으로 만들었듯이 이를 시가 주도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구미참여연대,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등은 이번주부터 구미시청 앞에서 한국노총 보조금 특혜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기사=“구미시, 한국노총에 연간 20여억, 20년 건물 무상임대 특혜”(‘16.10.12), 구미시 한국노총에 건물 무상임대⋯정부 감사에서도 지적받아(‘16.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