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사관 앞에서 집회하고 보신각으로 오는데 성주 할머니가 헉헉대면서도 쫓아오셔요. 할머니한테 천천히 가랬더니 할머니가 평화를 위해 같이 가야 한다고 그러셨어요. 사드가 성주에서 초전으로 갔죠. 성주 할매한테 물어보면 딱 세 마디 해요. ‘옮겼다매.’ ‘거기도 성주네.’ ‘계속 싸워야지.’ 4만5천 성주군민은 13만 김천시민, 130만 원불교 교도와 함께 사드 배치 철회 그날까지 함께 싸울 것입니다” (김충환 사드배치철회성주공동투쟁위원장)
원불교도, 김천시민, 성주군민이 11일 서울에 모여 “한반도 사드 반대”, “사드 말고 평화”를 외쳤다. 성주군민과 김천시민은 오후 1시 미대사관 앞에서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미국에 항의했고, 오후 2시 보신각 앞으로 이동해 원불교와 함께 평화기도회 ‘One peace’를 열었다. 이후 이들 3,700여 명(경찰추산 2,100명)은 동아일보 앞 청계광장으로 행진했다.
기도회는 5대 종단(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에서 모두 참여한 가운데, 여러 문화 공연과 각 종단의 기도식으로 꾸며졌다. 이들은 모두 사드가 ▲미사일 방어 효력이 없고 ▲한국 이익이 아닌 미국 이익을 위한 것이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불러와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도회에서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은 “긴 시간을 외롭게 기도하며 싸운 성주군민과 김천시민들도 함께 한다. 그들의 기도는 생명, 평화 상생”이라며 “전쟁 무기로는 평화를 담보할 수 없다는 확신으로 하나로 모였다. 국민이 진정 존중되고 평화와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귀한 세상을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는 “사드 배치는 국민들이 반대한다. 정부는 그냥 사드 배치 안 하겠다고 선언하고 성급한 결정에 대해 사과하면 된다”며 “북핵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고 꼬집었다.
함세웅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는 “종교는 세상 문제에 절실하게 다가가야 하고 노동을 해야 한다. 가톨릭 회칙에도 기도하고 일하라고 돼 있다”며 “원불교가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을 갖고 우리를 이끌어주는 교사가 됐다. 북은 유엔에 가입하고 국제적 공인을 받은 나라다. 우리가 북을 수용하고 인정해야 한다. 남북 팔천만 온 겨레와 함께 평화를 지향하며 사드 배치를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천시민 엄소현 씨는 “사드는 미국을 위한 것이다. 한국 위한 것이 절대로 아니다. 사드는 14만 김천시민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곳에서 과연 살 수 있겠나. 정부는 정확한 데이터도 없이 강제로 배치하려 한다. 너무 억울하다”며 “매일 우리는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김천에서 아이 못 키우겠다고 이민 가겠다는 사람도 여럿 있다. 우리가 아이 낳고 살 수 있겠나”고 토로했다.
박석민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집행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건 한반도 평화를 근간에서 위협하는 사드 배치 문제”라며 “사드는 한국 방어에 아무런 효용이 없다. 한반도의 모든 민중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인류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생명과 평화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으면 이야기해 보라”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후 4시, 동아일보 앞 청계광장으로 이동해 40분가량 마무리 집회를 이어가다 집회를 해산했다. 원불교 성주성지 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성주, 김천 주민과 연대를 위해 진행한 이번 집회 이후에도 이들과 교류하며 사드 철회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미대사관 앞에 모인 성주·김천시민, “양키 고 홈”
성조기 모형 밟으며 분노 표해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 면담···“국회서 사드 저지”
이날 오후 1시, 서울에 도착한 성주군민과 김천시민 500여 명은 미대사관 앞(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미국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성주투쟁위와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는 앞서 오전 11시 30분 진행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면담 결과를 알렸다. 두 투쟁위와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은 추미애 대표로부터 ▲국회에서 사드 배치를 막도록 노력하고 ▲사드 반대 주민 여론을 미국에 전달한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쟁 현장 방문 요청에 대해서는 다른 국회의원을 보내겠다고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종경 김천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정치권에 사드 배치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사드는 한반도 이익을 주지 않는다. 전쟁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사드를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키 고 홈” 구호를 외친 이들은 오후 2시 미대사관 앞 집회를 마치고 보신각 앞 원불교 기도회 장소로 이동했다. 행진 과정에서 이들은 성조기 모형을 밟는 퍼포먼스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