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날씨가 추워진 지난 9일 저녁에도 사드 배치를 막아내기 위한 성주 군민들의 촛불 집회는 열렸다. 주민 약 300여 명은 갑자기 뚝 떨어진 기운 탓에, 예년보다 이르게 두꺼운 겨울 겉옷을 챙겨 입고 촛불을 들었다.
이날 집회는 집회 장소를 다시 정비한 기념으로 액운을 몰아낸다는 의미를 담아 별고을광대의 풍물판굿으로 시작했다. 지난 7일부터 성주군청 앞 주차장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이날 본격적인 채비를 마쳤다. 애초 성주군청 내 평화나비광장에 설치되어 있던 각종 천막 부스도 이날 모두 주차장으로 옮겼고, 한 켠에는 고故 백남기 농민의 분향소도 다시 정비했다.
이어진 집회에서는 성산리에 사는 김용기 목사 가족의 자유 발언으로 사드 철회 의지를 다졌다. 어린 아들, 딸 넷과 부인까지 여섯 가족이 모두 단상에 오른 김 목사는 “집회 나오는 한 어머니에게 사드철회 가능하겠느냐고 물으니까, 90% 불가능하지요라고 말하더라”며 “그럼 어떤 마음으로 촛불을 드십니까 물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불안해 하는 것보다, 10%의 가능성이라도 붙잡고 촛불을 든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어쩌면 이런 상황이 현실적일 거다. 그럼에도 희망을 찾아본다면 바닷물은 2%의 염분으로 썩지 않고 수많은 생명을 살린다”며 “‘98’에 대항한 ‘2’가 생명을 유지시키고 살리고 있다. 우리에겐 90에 대항하는 10이 있다. 2%가 생명을 살리는데, 우리에겐 10%의 희망이 있다”고 사드 철회를 위한 의지를 북돋웠다.
왜관에서 찾아온 박중보 씨도 “여기오면 속이 시원하고 충전이 돼서 온다”며 “시대의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투쟁위의 이재동, 김충환, 배윤호 이런 분들의 쓴소리를 들으면 속이 시원해진다”고 촛불 집회를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새누리당은 옳고 그름에 관심이 없다. 이기느냐 지느냐에만 촉이 발달해 있다. 반공이란 무기로 집권하는데 도움받아왔다. 선거 때면 서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해놓고, 당선되면 대한민국 1%를 위해 일한다”며 “성주의 사드 반대 집회가 성주를 바꾸고, 경상북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성주 주민들을 응원했다.
김충환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승전하기까지 오랜 준비 과정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이제 우리도 근거지를 마련했고, 천 명씩, 천오백 명씩 나오던 촛불 주민은 조금 떨어져 나갔지만, 다시 모여야 하고, 투쟁기금도 다시 모으는 일을 지금부터 해서 긴 투쟁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해 호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