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국회의 안전진단보고서 제출 요구에 노동자의 건강관리, 보호구 지급 상황 등을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고용노동청 천안지청 역시 삼성디스플레이 주장을 인용해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만든 문건을 그대로 국회에 제출해 국정감사에서 ‘삼성 우편 배달부’냐는 질타를 받았다.
지난 6일 오전 10시 대구고용노동청에서 열린 6개 지방노동청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용노동부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영업 비밀로 비공개한 안전진단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강병원 의원은 국정감사를 위해 대전고용노동청 천안지청과 삼성디스플레이에 각각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으로부터 제출받은 안전진단보고서와 자체 작성한 안전진단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안전진단보고서를 제출하면서 4번, 6번 항목을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가린 채 제출했다. 천안지청 역시 삼성디스플레이 주장을 인용해 영업 비밀 항목을 제외한 안전진단보고서를 제출했다.
강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업주에게 안전보건 진단을 받아 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도록 할 수 있다. 그 보고서를 달라고 했더니 삼성디스플레이 문서를 줬다”며 “고용노동부 장관이 법에 따라 받은 보고서를 주지 않고, 중요한 것도 다 가린 삼성 문서를 전달했다. 고용노동부가 삼성 문서를 전달하는 부서냐”고 지적했다.
오후 2시 30분부터 시작된 보충 질의에서 강병원 의원은 자체 입수한 삼성디스플레이 안전진단보고서를 공개했다.
강병원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4번 항목 ‘근로자의 건강관리’, 6번 항목 ‘보호구 지급 및 착용 상태’를 영업 비밀이라며 비공개한 것으로 밝혀졌다. ‘라인을 출입하는 협력업체 미화원은 담당하는 공정에서 노출되는 유해인자에 대한 특수건강 진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 ‘근로자 개인에게 보호구를 지급한 현황 및 이력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 등의 내용이다.
강 의원은 “건강관리, 보호구 지급이 어떻게 영업 비밀이 될 수 있나. 영업 비밀이란 것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규명해야 한다. 왜 고용노동부는 삼성의 자료를 그대로 전달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더불어민주당)도 “고용노동부가 몇 년째 삼성의 우편 배달부 역할만 하고 있다. 18대 국회 때부터 엄청난 영업 비밀이 있어서 문제가 될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오늘 드디어 드러났다. 저게 어떻게 영업 비밀이냐”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때문에 피눈물 흘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 그걸 감싸주려고 고용노동부는 은폐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증인으로 나섰던 박종길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이 문제를 종합 감사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