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저녁 성주군민들이 다시 군청 광장에서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를 열었다. 지난 11일 성주군이 군청 광장 사용을 막은지 15일 만이다.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위원장 김충환, 배윤호, 이강태) 대표단이 국방부 제3부지 발표 전까지 군청 광장을 사용하고, 이후 다른 장소로 옮긴다는 내용으로 성주군(군수 김항곤)과 합의한 결과다.
성주투쟁위는 부족하지만 양보를 통해 사드 철회 투쟁을 오래 이끌어가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설명했고, 군민들은 군수 사과 없는 합의에 반발했다. 1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다수 군민들은 투쟁위 대표단 결정을 받아들여 촛불집회를 광장에서 열었다. 하지만 새로 구성된 투쟁위가 애초 촛불집회장에서 중요한 의사를 결정하기로 했던 만큼, 성주군과 합의 절차에 관해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25일 저녁 9시 30분께 성주군청에서 성주군과 성주투쟁위는 촛불집회와 관련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성주군 쪽에서는 김항곤 군수, 이재복 성주사회단체협의회장, 최종관 성주군 총무과장이 참석했고, 성주투쟁위는 이강태, 김충환 공동위원장, 이재동 부위원장, 김성혜 원불교 교무가 참석했다.
성주군은 국방부 제3부지 발표일까지 군청 앞 광장 사용을 승인하고, 발표 후에는 성주군청과 관련된 지역을 제외한 제3의 장소로 협의해서 옮기기로 했다.
합의내용에 대한 이행조건으로 성주투쟁위는 ▲집회시 개인에 대한 비난, 욕설 등 인신공격을 하지 않는다 ▲군청 마당 주변에 설치한 천막, 현수막 철거(발표 다음날) ▲9월 12일 신청한 집회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취하하기로 했다. 성주군은 ▲성주투쟁위가 이행조건 준수시 군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고소·고발사건을 취하하기로 했다.
성주투쟁위는 26일 회의를 열어 대표단과 성주군 합의를 따르기로 했다. 김충환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곧 제3부지를 발표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지만, 계속 미뤄지고 있다. 아마 9월 내 발표도 쉽지 않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쫓겨난 군청으로 다시 들어가 안정적인 장소에서 촛불집회를 이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조금 부족한 내용이지만, 사드 배치 철회 싸움에 더 많은 군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설명했다.
저녁 7시 30분 군청 입구에는 촛불을 든 군민이 모여들었다. 김충환 공동위원장이 합의 내용을 설명하자, 곳곳에서 “동의할 수 없다”, “그냥 인도에서 해도 좋다”, “군수가 이 자리에 나와서 사과해야 한다”, “3부지라는 말을 빼야 한다”는 등 합의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촛불집회는 합의 내용에 대한 찬반 토론이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사드 배치 철회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촛불이 오래 진행될 수 있는 힘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군수에 대한 대응이 아닌 사드 배치 철회라는 큰 싸움을 위해 한 발 후퇴하자”는 등 합의를 이행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빗줄기가 거세지는 가운데도 성주군민 3백여 명은 군청 앞에서 토론을 이어갔다. 십여 명이 발언에 나섰고, 촛불을 든 군민들은 그때마다 찬반 의견을 개진했다. 토론 끝에 성주군민들은 “사드 배치 철회라는 긴 싸움을 위해 길게 보고 성주투쟁위를 믿고 따라가자”는 의견으로 모아졌고, 8시 40분께 군청 앞 광장에 자리를 펴고 76번째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군민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촛불로 똘똘뭉쳐 사드 배치 막아내자”, “사드가고 평화오라” 등 구호를 외쳤다.
김충환 공동위원장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많은 비판 말씀을 받아들이고 과정의 잘못을 인정하겠다. 앞으로 과정상 문제와 협상 문제를 충분히 고민하고 연구하겠다”며 “앞으로도 투쟁위가 군민의 비판과 질책을 받아들이고 사드 배치 철회까지 싸워나가도록 하겠다. 다시 촛불로 하나가 되는 힘이 군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믿고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성주군 초전면 초전소방서 앞에서는 군민 5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드 배치 철회 집회도 열렸다. 초전군민들은 1시간 동안 집회를 진행한 후 초전면 일대를 약 30분 동안 행진하며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