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쫓겨나서 집회하고 있잖아요. 올 때마다 불안불안 해요. 아이들도 참여하는데 갑자기 차가 휙휙 지나가니까…사고는 불시에 나는 것인데 어쩌려고 그러나 몰라요. 군수가 장소 사용 허가만 하면 되는데 허가 안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여현진, 58, 초전면)
73일째 성주 사드 반대 촛불집회에 모인 사람들 옆으로 자동차가 휙휙 지나간다. 경찰과 성주투쟁위도 경광봉을 들고 교통정리에 나섰고, 인도를 따라 경찰이 질서유지선을 마련했지만, 군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이날은 김항곤 성주군수가 촛불집회에 대한 군청 앞마당 사용을 불허해 군민들이 거리에 자리잡은 지 12일째 되는 날이다.
앞서 군청 앞마당에서는 집회가 60회 열렸다. 김항곤 군수도 이따금 참석했다. 김 군수는 지난 8월 5일 촛불 집회에 참여해 “국방부가 사드 최적지는 성산포대라고 말해왔다. (당시 국방부의 제3부지 검토 가능 입장은) 자기 스스로 모순을 인정한 꼴이다. 사드가 최적지가 아니라는 소리”라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런 사드배치는 앞으로도 성주군에서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에도 안 된다. 저 군수는 정확하게 수렴된 오만 군민의 뜻을 따라서 앞장서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기사:오락가락 박 대통령, 성주군민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로 답하다)
그대신 김 군수는 지난 8월 22일 제3부지 수용이 우세라는 신문 보도를 근거로 급작스레 국방부에 제3부지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를 기점으로 김 군수는 촛불집회에 나와 사드 반대를 외치는 군민들과 대립각을 세웠다.(관련기사: 김항곤 군수 제3부지 수용…경찰 동원해 성주군민 ‘배신’)
자신을 비판한 군민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관련기사:김항곤 성주군수, 비판 기사 공유한 주민2명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한편, 촛불집회 참여 여성들에게 “술집, 다방 하는 것”이라며 비하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김 군수는 12일 군민들을 길바닥으로 쫓아내기에 이르렀다. (관련기사:김항곤 성주군수, 61일 만에 군청 광장서 ‘촛불 군민’ 쫓아내다)
군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군민들은 군청에서 집회를 다시 열기 위해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12일 김성혜 원불교 교무 등 군민이 김 군수를 피신청인으로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에 ‘집회방해금지가처분’ 신청했다. 신청문의 요지는 공무원 차량, 공무용 차량을 마당에 주차하는 것이 집회 방해 행위이며, 집회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군청 앞마당은 평소와 달리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했다. 신청인 측은 당시 차량이 대부분 군청 소유 차량으로 추정되고, 군청과 10m 거리에 대규모 주차장이 마련된 상황에 집회 장소에 주차하는 것은 고의적인 집회 방해라는 설명이다.
또, 사전에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집회 신고를 마친 상황이라 군청 앞마당 집회는 군수의 별도 사용허가가 필요 없는 ‘일반사용’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평소 군청 앞마당은 별도 출입 제한이 없고, 벤치와 조경물 등으로 구성된 공원이며, 특히 군청 일과 종료 후에는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사용돼 왔기 때문에, 이 사용이 관리권자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일반사용’이라는 주장이다.
신청인들은 “군민들은 평화적 시위를 했으며 군청 앞마당 기능에 어떠한 해를 가한 사실이 없다. 피신청인이 2개월 동안 사용 승인한 것은 앞마당의 본래적 기능 유지라는 공익 목적에 아무런 해가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북핵실험, 추석명절 등 앞마당 기능과 무관한 사유를 들어 집회 사용에 부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신청인의 집회 방해 행위로 앞마당은 집회 시간 동안 공무원 및 공무차량의 주차장으로만 사용되는데, 바로 옆 대형 주차장이 있다는 점 등에서도 집회방해행위로 달성되는 공익은 없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어린이 노약자들에게 위험한 환경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으니 빠른시일 내에 신속한 권리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충환 사드배치반대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안전 문제뿐만 아니라 교통 문제, 인근 주민이 불편한 문제도 있다. 불필요한 경찰행정력 낭비이기도 하다”며 “군청 안에서 집회한다면 안정되게 할 수 있다. 이 정도는 군수가 허가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주군청은 앞선 집회는 군청의 배려차원이었을 뿐 법적으로 군청 앞마당은 집회 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또한, 사드 반대 집회는 군 전체적 입장이 아니라 공공용지 사용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성주군 관계자는 “군청 앞마당은 옥내다. 옥외집회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집회 신고가 돼 있지만, 경찰이 집회금지 통고를 하지 않은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방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군청 앞 주차장은 차를 댈 수 있는 곳이라 문제될 게 없다”라며 “공유재산법에 따른 공용재산인 마당은 공용 목적에 사용 허가는 할 수 있지만, 군수가 동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집회를 한다면 공유재산법에도 저촉이 된다”고 주장했다.
향후 사용 동의 계획과 관련해서는 “지금 집회는 투쟁위도 제3부지 찬성으로 표결했기 때문에 군민 전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집회라고 보기 어렵다. 다중이 이용해야 하는 군청을 전체 의사라고 볼 수 없는 것에 내어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23일 오후 7시 30분, 성주군민 600여 명이 성주문화원 앞 인도에서 모여 73일차 촛불집회를 2시간가량 이어 갔다. 이날 집회에는 재일교포, 덕성여대 학생 등 여러 지지 시민이 찾아왔다. 군민들은 “주민 안전 무시하는 김항곤 군수 물러나소”라는 구호를 외쳤고, 장소 사용을 불허한 김 군수를 향한 지적도 나왔다. 여현진 씨는 “성주군청은 군민의 것이다. 군수가 군민 화합을 얘기하는데 촛불 군민을 쫓아내는 게 화합인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