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여성단체가 여성 비하 막말로 물의를 일으킨 김항곤 성주군수를 규탄하고 나섰다. 여성단체와 면담을 가진 김항곤 군수는 공식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항곤 군수 막말에 대한 집단 고소에 현재까지 1,200여 명의 군민이 참여했다.
19일 오전 11시, 대구여성회 등 14개 여성단체로 이뤄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성주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항곤 군수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외에도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28개 여성단체도 김 군수 규탄 성명에 함께했고, 주민 100여 명도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지난 7일 성주군 사회단체장과 간담회에서 사드 반대 투쟁 여성들을 향해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라는 등 여성비하 발언을 한 것이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주민들은 “술 팔고 커피 판 돈이 (군수) 월급이다”, “나는 술 파는 여자다, 너는 성주 파는 군수냐”, “커피 팔아 술 팔아 군수 밀어줬더니, 커피 팔고 술 판다고 이제와서 막말 하네” 등이 적힌 피켓과 함께 소주병, 커피잔 등을 내놓았다.
배정하 씨(성주읍, 40)는 “우리는 우리 손으로 뽑은 멀쩡한 줄 알았던 군수가 한 말에 분노, 모멸, 모욕감을 감출 수 없다. 군수가 정치 생명을 걸지 않고서야 ‘정신 나간 것들’,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 그런 말을 내뱉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군수는) 여성분들 촛불을 켠 군민들뿐 아니라 전 군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명희 대구여성광장 대표는 “어떤 생각이면 그런 막말을 할 수 있는가. 자기가 군수가 됐을 때 공무원표, 회사원표만 받아서 성주군수가 됐는가. 자기가 받는 월급은 본인이 비하하지 않는 시민들의 세금으로만 구성됐는가. 막말에 대해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사드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길 바란다. 잠깐의 부끄러움을 무릅쓰더라도 군민의 편에 서서 평화를 위한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후, 11시 20분께 김영순 대구여성단체연합 대표 등 6명은 김항곤 군수, 김세환 성주부군수와 30분 동안 비공개 면담을 했다. 성주군 총무과 직원 8명은 군수실 앞에서 기자와 주민들 출입을 제한했다. 군청과 군의회 사이를 잇는 통로도 비상 차단문을 내려 폐쇄했다.
면담 후 김영순 대표는 “(김항곤 성주군수에게) 이번 주 안에 성주군민 여성 전체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약속받았다. 기자회견이나 공식적 언론을 통해 사과할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또 발언이 유출된 경위를 조사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문제제기 했다. (김 군수는) 간담회 참석 10명이 스스로 한 것이지 군청이 개입한 것이 아니라고 했고, 군청에서는 유출자 색출이나 법적 수사를 요청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면담 결과를 발표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계속 여성 비하 의도가 없다고 하였지만, 전반적으로 두 분의 태도는 굉장히 가부장적이고 나이 위계 중심적이었다. 불특정 사람에게 사과하거나 여성단체에 사과하면 안 된다. 성주군민 전체 여성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사과를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면담 결과를 들은 성주읍 한 주민은 “당장 저녁(촛불 집회)에 나와서 사과하는 게 맞지 일주일 내로 하는 건 뭐냐. 사과할 마음이 있으면 오늘 저녁이라도 당장 나와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