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 7시 30분, 성주군 성주읍 성주문화원 앞에는 어김없이 촛불이 밝혀졌다. 추석 연휴의 연장이었지만, 약 700여 명의 군민은 성주문화원부터 경산네거리까지 약 90m를 늘어앉았다.
오전부터 내린 비 때문에 이날 촛불집회는 주민들의 자유 발언 중심으로 꾸며졌다. 사회를 맡은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은 “대구에서 노래하러 오겠다는 가수 두 팀을 비 때문에 오지 말라고 했는데, 판단 착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벽진면 주민 최용철 씨가 첫 발언에 나섰다. 최 씨는 “사드를 물리치면 어떤 유익이 있는지 이야기하고자 나왔다”며 “우선 우리는 사드 사태를 통해 좋은 지도자의 자질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최 씨는 “그동안 1번 말고는 찍을 게 없었다. 새누리는 친일 세력의 정체성을 이어받았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지만, 안 찍으려고 해도 1번밖에 없었다”며 “누가 군민 편에 서는지, 군민을 섬기는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됐다. 주민이 위기의 순간일 때 리더십이 드러난다. 성주를 위해 끝까지 싸운 게 누군지 봐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 씨는 “사드를 통해 정치, 평화, 민주주의 문제에 관심 갖게 됐다. 끝난 후에도 관심 가져야 할 문제”라며 “정권 쥔 권력자는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못된 사람들이다. 우리 군민이 모여서 민주주의를 배우고, 시민 아카데미도 열 수 있는 저력이 생겼다”고 기뻐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김은주 씨는 “봉사 활동하는 분들 보면서 대한민국의 힘은 ‘아지매’ 힘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아지매는 아름답고, 지적이고, 매력적인 사람이다. 아지매 힘은 강력하기 때문에 누구도 아지매를 함부로 봐선 안 된다. 김항곤 군수도 막말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대가면 주민 백준현 씨는 “정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지금도 거짓투성이다. 우리나라는 전쟁을 못 하도록 정부가 만들어놨다. 사방이 원전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이런 와중에 사드를 가져와서 국민을 현혹하고 정부가 거짓말하고 있다”며 “70일을 앉아서 군민들이 외치지는데 (정부는) 지치지도 않는 것 같다. 영판 안 듣는다. 힘들지만 함께하자. 이 정신이면 700일도 가능하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전히 사드배치반대 당론을 정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재동 회장은 “전에부터 당론으로 확정한다더니만 쑥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도 도대체 국민 맘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국민 의견 무시하는 민주당은 반성하라. 국민의 염원이다 사드배치 철회를 당론으로 확정하라”고 외쳐 큰 호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