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가리에 평화를!
김수상
방해하고 분열하는 것들이
우리를 보고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협잡하고 밀담하는 것들이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배신하고 아첨하는 것들이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개돼지라고 불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우리가 ‘것들’이 되었다
‘것’은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
다방이 어쨌다고
술집이 어쨌다고
푸른 풀밭 같은 초전엔 다방도 많더라
월항에서 풀 베고 초전읍내에 나가서 마시는
쌍화차는 꿀맛이더라
찜통하우스에서 일마치고
읍내에 나가서 마시는 가천막걸리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맛이더라
니들이 정말 술맛을 아느냐,
니들이 정말로 차맛을 아느냐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 어쨌다는 것이냐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은
촛불을 들고 사드를 반대하면 안 되는 것이냐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은
퍼붓는 빗속에서 사드가고 평화오라고
목이 쉬도록 외치면 안 되는 것이냐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은
손에 손을 잡고 해방의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 것이냐
그래, 우리는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다
별고을에서 술 팔고 차를 팔아서
토끼 같은 내 새끼들 기르고 늙은 부모 모시는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다
맨 먼저 군청 앞마당에 나와서 촛불을 밝히고
맨 마지막까지 남아서 촛농을 벗겨내던 우리가 바로
다방하고 술집하는 것들이다
쎄가 만발이나 빠질 저 양의 탈을 쓴 늑대들을 어찌해야 좋을까
저 무지에 신념이 붙은 기가 막힌 종자들을 어찌하면 좋을까
성주의 술집이여, 일어나라!
성주의 다방아, 일어나라!
빼앗긴 평화나비광장은 비에 젖는데
빼앗긴 별의 산 성산(星山)도 바람에 우는데
기가 찬 저 소리를 듣고
술병도 울고 찻잔도 분노에 떠는데
성주의 술집이여, 촛불을 높이 들자!
성주의 다방이여, 촛불을 사수하자!
우리는 눈물을 뭉쳐 평화를 만드는 별고을의 사람들,
더러운 입은 가고 깨끗한 말들이여 오라!
불신은 가고 믿음은 오라!
증오는 가고 사랑은 오라!
분열은 가고 단결은 오라!
전쟁은 가고 평화여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