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추석을 앞두고 해고 15개월째인 구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 농성장을 방문했다. 오후 2시께 손수 준비한 떡을 갖고 농성장(경북 구미시 산동면)을 방문한 사회노동위원회 실천위원 혜찬 스님은 “당장 큰 힘은 못 되지만 힘든 싸움을 하는 이들이 아프지 않도록 작은 힘이나마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혜찬 스님과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10여 명과 농성장에 둘러앉아 약 1시간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9년 동안 일해도 최저임금만 받고 일하고, 인격 모독을 당하며 일하다가 노조를 만들었다. 얼마 후 노조를 만든 업체만 계약해지됐고, 170명이 하루아침에 해고됐다”며 “회사를 상대로 싸우는 것도 힘들지만, 법과 행정기관이 회사의 입장만을 들어준다는 게 억울하고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혜찬 스님은 “사실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법대로 하자는 게 가장 힘들다. 대부분 힘없는 기층 민중들인데 노동부, 검찰, 법은 이들을 변호해주지 않는다. 법대로 하자면서 불법으로 매도하는 게 현실”이라며 “큰 힘은 못 되더라도 아프지 않고 싸울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혜찬 스님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의논해 10월께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를 위한 템플스테이를 추진해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혜찬 스님은 “무엇보다도 힘든 것은 유령 취급할 때다. 누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고, 서로 공감하는 것에서 희망은 시작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아사히글라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한 달 만에 이들이 소속된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17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해고된 노조원 23명은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아사히글라스의 도급계약 해지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지만, 회사는 판정 결과를 이행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