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상 대구 서구의회 의장(새누리당)이 서구의회 회의규칙이 정하는 의장의 제한의무를 위반하면서 상임위의 독립적인 안건 심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나왔다.
9일 오전 11시 서구의회 189회 임시회를 마무리하는 3차 본회의에서 장태수 서구의원(정의당)은 신상발언에 나서 “합리적 토론이 거세된 의회의 모든 결정과 과정은 수용할 수 없다”며 의장이 상임위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으로 의회 회의 규칙 등을 위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 의원은 지난 5일 기획행정위원회와 6일 의회운영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임태상 의장이 위원장의 회의장 퇴장 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서구의회 기획행정위는 지난 5일 ‘대구광역시 서구 주요구정업무의 의회 통보에 관한 조례’ 심의 과정에서 한 차례 정회 후 조례안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의회운영위원회 역시 6일 ‘대구광역시 서구의회 회의규칙 일부개정규칙안’, ‘대구광역시 서구의회 의장, 부의장 선거관리 규정 일부개정규정안’ 등을 심사하면서 정회 후 부결했다. 각 조례와 규칙, 규정은 모두 장태수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회의규칙, “의장 위원회 발언, 극히 중요하고 간과할 수 없을 때 허용”
임태상, “회의 중에 발언한 것 아냐. 정회 중 의사표현 못 할 이유 없어”
의장의 위원회 출석과 발언에 대해 규정한 서구의회 회의규칙 13조에 따르면 의장은 위원회 안건 심사나 의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장으로서 안건 내용에 대해 극히 중요하고 간과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장 의원은 “의장의 위원회 발언에 대해 제한 규정이 있는 이유 자체가 의장의 권위나 권한으로 회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새누리당이 의장실 점거까지 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보다도 이번 사안이 어떻게 보면 더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장 의원의 지적에 대해 임태상 의장은 “규칙을 위반한 게 아니다. 의장은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느냐. 의원으로서 의사를 표현한 것밖에 없다”고 해명했고, 기획행정위원장(더불어민주당 오세광 서구의원)의 퇴장 요청에 대해서는 “나가라는 소리는 못 들었다”고 밝혔다.
임 의장은 “상임위에 들어가서 입도 한 마디 안 뗐다. 회의록을 보면 알 것”이라며 “정회 중에 한 이야기는 내 생각을 이야기한 것뿐이다. 의원으로서, 의장으로서 내 생각을 말한 거다. 생각을 말하지 못할 이유가 있느냐”고 강조했다.
또, “친하다 보면 선배 의원한테 물어볼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정회시간이라든지 그럴 때 물어보고,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할 수 있지”라고 덧붙였다.
문제 된 안건, 새누리 다루기 난처한 안건들
“새누리 일당독점에서 불거지는 문화적 문제”
개인 의견을 나눈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문제가 된 상황이 의회 다수를 차지한 새누리당과 같은 당 구청장 집행부가 반대한 안건을 보류하거나 부결한 것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위에서 다룬 조례안은 집행부(구청)에 대한 의회 견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조례로 집행부에서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 운영위에서 다룬 규칙과 규정안은 지난 7월 서구의회 후반기 의장, 부의장 선출 과정에서 지적된 문제점이 담긴 내용이어서 의원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기초의회뿐 아니라 국회에서 다루기 까다롭거나 중요한 의안을 심사할 때 자주 정회를 통해 전문가 의견을 취합하거나 의원 간 이견을 조율한다. 정회 중 나눈 이야기는 회의 속기록에도 남지 않아 의원들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로도 활용된다.
문제는 비공개회의가 다수당이 의견을 통일해 주장을 관철하는 식으로 흐른다는 점이다. 서구의회는 전체 의석 12석 중 10석을 새누리당이 차지하고 있는 데다, 5~6명으로 이뤄진 상임위에도 비새누리당 의원이 1명씩만 포함돼 있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은 “정회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국회도 정회를 많이 하는데, 교섭단체가 있으니까 교섭을 통해 합당한 결정을 할 수 있다”며 “문제는 대구 지방의회 중에 교섭단체로 교섭이 가능한 곳이 없다는 거다. 새누리당 일당독점 상황이기 때문에 정회의 부정적인 문화가 불거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