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곤 군수는 무책임한 사람입니다. 그런 식으로 하면 연대가 안 되는데···오히려 군민들이 (제3부지도) 반대하고 나서서 고맙습니다” (박병주, 60, 김천시 부곡동)
김천시민과 성주군민이 손을 맞잡고 주한 미국 대사관(서울시 종로구)을 방문해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했다.
7일 오후 1시 20분, 미대사관에서 약 200M 떨어진 KT광화문지사 앞에는 김천시민 30여 명, 성주군민 3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머쓱하게 웃으며 악수와 대화를 주고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머리와 어깨에 “사드 배치 결사반대” 띠를 두르고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오후 1시 50분 백철현 사드배치반대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 성주군 초전면 김충환 씨, 이명재 덕천교회 목사(사드배치반대김천투쟁위 자문위원), 김대성 김천투쟁위 공동위원장이 도착하자 본격적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이날 오전 11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을 진행하고 오는 길이었다.
백철현 공동위원장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 내용을 설명하며 “정부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않고 생존권을 담보로 사드 배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더민주당은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라며 “추미애 대표는 개인적으로 반대하고 당론화를 위해 회의를 해서 조속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오후 2시 5분, 백철현 공동위원장, 김충환 씨, 이명재 목사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게 전달할 항의서한을 들고 미대사관으로 향했다. 항의서한에는 “한국 정부는 주민 반발에 못 이겨 초전골프시설에 사드 배치하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데 그곳 북쪽 김천시에는 14만 명이 살고 있다···남한 어디에도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사관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고, 경비책임자에게 서한을 전달하고 되돌아왔다. 백철현 공동위원장은 “들어가지도 못하고 경비책임자에게 서한만 전달했다. 약소국가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참담한 심정이다.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 다음에는 리퍼트 대사에게 항의서한을 직접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철현 공동위원장의 말이 끝나자 집회 참가자들은 “양키 고 홈”을 외쳤다.
참가자들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성주군 월항면 한개마을 이수인 씨는 “오늘은 제4부지 이야기까지 나왔다. 정부는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미국 군수물자 팔아먹기에 왜 우리가 동참해야 하나”라고 꼬집었다.
석호판(성주군 벽진면, 57) 씨는 “농사지어야 하는 농민들이 사드 때문에 서울까지 왔다. 김천시민과 성주군민이 사드로 인해 하나 돼 싸우게 됐다. 김천과 성주가 사드 반대 성지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싸우자”라고 말했다.
정문수 김천시 농소면 주민(60)은 “처음에는 성주에서 알아서 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했었다”라며 “이제 발등에 불 떨어지니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회했다. 하지만 마음이 하나로 모이면 모든 걸 물리칠 수 있다. 성주의 모범을 따라 김천도 촛불을 켤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김천과 성주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집회를 마쳤다. 집회 후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을 방문하는 길, 박병주(김천시 부곡동, 60) 씨도 복잡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미안한 마음이 들죠. 그래도 이렇게 만나서 힘을 합쳐나가면 사드는 철회될 것 같아요. 사드는 북핵 때문이 아니고 미국 때문이라는 건 모두가 다 알잖아요. 일부는 성주에 힘을 보탰는데 또 일부는 성주가 알아서 하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적극적으로 참여 못 한 게 미안하죠···”
성주군민·김천시민,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찾아 분향
원불교 기도회에도 참여해 “한반도 사드 반대”
오후 2시 20분, 김천시민과 성주군민은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으로 향했다. 이날 방문은 공식 일정으로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한 성주군민이 방문을 제안했고 적극적인 호응을 받아 방문이 이뤄졌다. 사드 반대 내용의 손팻말, 머리띠 등을 보자 농성장에서 농성하는 이들도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농성 중이던 한 중년 남성은 “몸은 농성장에 있지만, 마음은 성주에 있다. 응원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농성장을 방문한 이들은 세월호참사 희생자와 미수습자를 기리는 분향소를 방문해 분향하고, 큰절로 추모를 표했다.
추모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성주군민 이국민 씨(성주읍, 46) 눈시울이 붉다. 이 씨는 오른팔에 노란색 세월호 추모 팔찌와 파란색 사드 반대 팔찌를 끼고 있다.
“세월호 생각만 하면 고2 딸을 둔 입장에서 울분이 치밀지요. 가만히 있으면 구해준다는 말만 철석같이 믿다가···분향소에 걸린 학생들 얼굴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까워요. 특히나 성주에서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더욱 정부를 원망 안 할 수가 없지요. 정부부터, 언론까지 세월호도 우리에게도 공정하지 못했잖아요···”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 김천 시민이 성주 군민에게, 성주 군민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전했다. 이들은 서로를 원망하지 않았다. 깊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손을 맞잡았다.
한편 오전 11시 국방부 앞에서는 사드배치반대 원불교대책위는 성주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성주군민 30여 명을 포함해 전국 원불교 교인 300여 명이 참여했다.
김성혜 원불교 교무는 이 자리에서 “사드 배치는 결코 항구적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이 아니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도 사드 배치는 안 된다”라며 “초전면은 원불교를 창교한 소태산 대종사의 수제자이자 평화의 성자로 추앙받는 정산, 송규 종사의 탄생지다. 이러한 곳이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것에 우리 원불교 재가출가 교도들은 놀라운 충격과 함께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