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9시 30분께, 대구 서구의회 우측면 입구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이날 서구의원들은 오전부터 군위 일대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현장방문 일정을 계획했다. 문제는 지난 1일부터 오는 9일까지가 서구의회 189회 임시회 회의 기간이라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의회가 회기 중 현장방문을 하는 경우는 상임위별로 업무상 필요에 따라 계획된다. 하지만 이번 서구의회 군위 방문은 상임위와 상관없이 전체 의원 12명 중 10명(불참=김경호, 장태수 의원)이 참석했다.
더구나 <뉴스민>이 확보한 현장방문 일정을 보면 제2석굴암, 한밤마을, 화본역, 산성중학교(폐교 부지 테마박물관), 인각사, 석산생태산촌마을, 군위댐 등을 방문하기로 해서 의정과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회의 기간 중 의정과 관계없이 외유성 견학을 떠난 셈이다.
굳이 연관성을 찾아본다면 폐교 부지를 활용한 테마박물관(산성중학교) 방문과 군위댐 방문 일정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대구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학교 통폐합 계획 등을 살펴보면 서구 관내에 폐교될 학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군위댐은 의성, 군위, 칠곡 등에 용수를 공급하는 댐이어서 서구와 관련은 없다.
또, 서구의회가 사전에 공개한 189회 임시회 의사일정안을 보면 이날은 사회복지시설을 위문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이에 대해 서구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일정 조율 과정에서 목요일(8일)에는 못 가는 의원들이 있어서 일정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의사일정이 통상 의회 시작 전에 조율을 통해 결정되는 걸 고려하면, 의원 참여여부로 일정을 수정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임태상 서구의회 의장(새누리당)은 보통 상임위별로 가는 현장방문인데 다 같이 간 이유가 있느냐는 물음에 “다 같이 가는 게 흠이 되느냐. 전체적으로 갈 수도 있다”며 “보는 것 자체가 배우는 거다. 삼국유사의 고장에서 인각사라는 곳의 문화라든지, 댐 인근 문화라든지 다양하게 배울 게 있다”고 말했다.
임 의장은 현장방문 목적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구체적인 계획과 목적은 의회사무국을 통해 확인하라”고 답했다.
앞서, 서구의회가 집행부(구청) 견제라는 의회 본연의 기능을 제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조례안을 심사 보류한 직후 외유성 견학을 떠난 것이기도 해서 논란이 예상된다. (관련기사=대구 서구의회, ‘구청 주요업무 공유 조례’ 심사 보류…왜?(‘16.9.5))
지난 5일 서구의회 기획행정위는 ‘대구광역시 서구 주요구정업무의 의회 통보에 관한 조례’를 심사 보류했다. 서구청이 확정한 업무 계획을 의회에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여서 의회가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였지만, 기획위 의원들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며 심사를 미뤘다. 7대 의회 임기 시작 후 처리한 안건 152건 중 최초의 심사 보류라서 더 의문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서구의회 12석 중 10석을 차지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 류한국 서구청장의 눈치를 본 결과라는 지적도 나왔다. 의회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류 청장이 통과시키면 재의 요청할거라고 압박하고, 새누리당 차원에서도 의원들에게 조례에 부정적인 신호를 보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