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면 사드 온다. 뭉치면 평화 온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성주 촛불집회에 등장하는 단골 구호다. 1일 오후 7시 30분 성주군청에서 열린 51차 집회에서는 “평화”가 메뉴로 등장했고, 군민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평화를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 김용태 신부(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가 먼저 “평화”를 주제로 이야기 마당을 열었다.
■평화는 상식 김 신부는 “평화는 상식의 문제다. 우리는 양심을 통해서 평화를 알고 있다. 평화가 더 강력한 무기에서 온다는 말은 몰상식이다. 싸웠으면 화해해야 한다. 화해할 때 가스통이 필요한가, 칼이 필요한가? 만약 평화가 강력한 무력에서 온다면 이 땅에 이미 평화가 이뤄져 있어야 한다”라며 “남한은 북한의 40배가 넘는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강한 무기와 무력에서 평화가 온다면 진작에 왔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평화가 어디서 오는지 알고 있다. 만나야 한다. 밥 먹고, 술도 한잔 하면서,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 보면, 결국 미안해, 그렇게 말합니다. 그게 화해하는 것이고 상식이에요”라며 “무기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대화에서 오는 것이 평화다. 사드가 싼가 밥값이 싼가. 사드가 아니라 더 싼 참외, 밥, 쌀로, 한 잔 술로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몰상식한 사람들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 무력으로 권력으로 사람들을 억압한다. 우리가 하는 운동은 미국과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운동이다. 이 싸움 어렵다. 몰상식하고 평화를 반대하는 이들과 싸우는 것이 어렵다”라며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위로와 격려, 연대다. 외로워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할 겁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평화는 연대 손소희(성주읍) 씨도 자유 발언을 통해 평화를 이야기했다. 늑대와 염소 우화를 사투리를 섞어 손 씨는 평화를 위해 연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어느 산속에 늑대 무리와 염소 무리가 있었어요. 염소들이 잘 단결해서 늑대들이 갈 때마다 주디가 쥐어 터져서 불어터졌어요. 나이 많은 늑대가, 검은 염소와 흰 염소가 있으니 흰 놈만 잡으라고 했어요. 진짜로 검은 놈들은 흰 놈만 잡았더니, 가만히 보고 있는 거예요. 흑염소가 좋은 염소라고 보고만 있었어요. 이번에는 뿔 한 개 있는 염소만 잡았더니 뿔 두 개 염소가 장애 염소도 염소냐면서 가만히 있었어요. 결국 다 잡아먹혔어요. 초전으로 온다, 까치산으로 온다. 이런 이야기 돌자마자 일부 사람들은 별문제 없겠다고 말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제3부지라는 건 결국 사드를 찬성한다는 말인데 이 말에 현혹된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결국 성주 군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무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어디에도 사드가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투쟁할 겁니다. 단결하면 반드시 승리합니다”
■평화는 이해와 배려, 사랑 이날은 다퉜던 군청 공무원도 ‘이해’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호소도 나왔다. 심복남(성주읍) 씨는 8월 22일 김항곤 성주군수가 ‘제3부지’ 수용 기자회견을 한 당시 심정에 대해 털어놨다. 심 씨는 “당시(22일) 참 힘든 하루였어요. 침울했어요. 집회를 끝내고 돌아가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우리 집회가 끝나면 촛농 긁는 사람들이 공무원들이라고”라면서 “우리 많이 욕도 하고, 공무원이 주민 상대로 저럴 수 있냐고 욕했는데. 촛농 긁는 공무원더러 수고하신다고 물어보니 자기도 이렇게라도 하니 마음이 편하대요. 왜 우리가 서로에게 이렇게 가슴 아픈 소리를 해야 하나요”라고 말했다.
이어 “조금 더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어요.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피해 많이 받은 사실 아시죠? 그분들이 정부 사과를 요구했는데 공무원 노조가 사과하더래요. 윗사람들이 사과 안 해서 자기들이 한다면서. 큰 소리로 말하는 자가 용기 있는 자가 아니라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자가 용기 있는 잡니다. 우리도 그런 분들처럼 할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평화를 사랑하는 성주군민 평화를 위해서 미국이 사드 배치 철회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배현무(성주군 가천면) 씨의 말이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 당시 고엽제를 살포했어요. 이라크 전쟁 때는 열화 우라늄탄을 쐈지요. 고엽제는 소량으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는데, 후유증도 오래가요. 지금도 고통받는 베트남 국민이 있어요. 우라늄 탄을 쏘아 대서 지금 이라크가 심각하게 오염됐어요. 미국은 본토에서 전쟁 치른 적이 없는데, 자기네 나라 풀 한 포기 동물 하나가 소중하면서 다른 나라 국민은 자기네 나라 동물보다 못하단 말입니까. 그런 나라가 우리 우방입니까. 미국은 우리 평화를 사랑하는 군민들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어야 합니다. 사드를 우리 코앞에 가져다 둔다는 나라가 북한에, 중국에,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까. 성산포대니 제3부지니 그런 말 하지 말고 그냥 두십시오. 우리 받지 않습니다”
이날 집회는 다른 자유 발언도 이어졌다. 또, 예그린, 평화를사랑하는예술단의 노래, 율동 공연도 있었다. 오후 9시 30분께 마친 집회에는 군민 8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