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축제처럼 인간띠 잇기 행사를 치른 다음 날에도 성주 촛불은 이어졌다. 28일 오후 8시 성주군청에는 군민 700여 명이 모여 47일차 사드 배치 철회 촛불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비옷을 입고 차분하게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이날 성주투쟁위는 ‘제3부지’ 관련 공식 입장을 밝혔고, ‘제3부지’로 혼란을 부추기는 김항곤 군수 비판이 뒤를 이었다.
지난 21일 노광희 성주투쟁위 홍보단장이 발표했던 ‘제3부지’ 기자회견 관련 성주투쟁위 해명으로 문화제를 시작했다. 당시 노 단장은 독자적 판단으로 국방부에 ‘부적합지인 성주성산포대를 제외한 적합한 부지 검토를 건의한다’고 밝혔고, 곧이어 투쟁위가 노 단장의 발표를 ‘원천무효’를 선언한 일이 있었다.
김안수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노광희 단장이 스스로 결정한 게 아니다. 국방부가 성산포대를 철회하고 타 부지로 발표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라며 “국회 동의 없이 배치할 수 있는 곳은 성산포대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안수 위원장은 “새 지역을 발표하는 순간 국방부는 손 떼고 국회로 넘어가는 문제로 생각했다. 투쟁위 목표는 국회가 빨리 이 문제로 국회에서 싸움하도록 하는 것이었다”라며 “이제 야당이 당론도 정리하고 우리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준비가 됐다. 우리는 계속 촛불을 켜고 국방부는 국회에 걸려들 것이다. 오해한 것을 풀어달라”고 말했다.
문화제에서는 29일 오전 10시 30분 즈음 성주군청에서 열릴 예정인 사드 관련 총궐기대회가 화제로 떠올랐다. 대회의 주제와 주최 단체가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으나, 일부 면사무소 등에서 주민들에게 보낸 문자가 입수됐다. 군민들은 이 행사가 “군청의 동원 행사”이며, “혼란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마을 주민들을 행사에 동원할 수 있는 조직이 이장상록회이며, 이 때문에 새로운 마을 주민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배윤호 씨는 “사드를 반대하는 이장도 있다. 그 이장들이 전화로 항의 의사를 밝혔다. 이제 우리가 주민위원회를 만들어서 잘못된 것에는 반대할 수 있는 이장은 마을 대표가 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다른 마을 주민위 대표가 나서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그렇게 되면 군수가 여론조작도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자 박수규 성주투쟁위 홍보분과위원은 “내일 군청에서 열리는 행사는 찬성하는 건지 반대하는 건지도 모를 행사”라며 “그들이 제3부지를 찬성한다면 우리도 찬성한다. 그 제3부지는 미국”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들은 “제3부지는 미국으로”라는 구호를 외쳤다.
김항곤 성주군수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대가면의 한 주민은 편지글을 통해 “군수님, 갑자기 제3부지 운운하며 성주 군민과 뜻을 달리하고, 군민 가슴에 대못을 박으십니까”라며 “군민이 촛불을 켜고 가슴을 치며 광장에 모이는 이유를 잘 알지 않습니까. 처음 혈서를 쓰실 때의 마음으로 돌아와 괴물 사드를 같이 물리칩시다”라고 밝혔다.
노성화(금수면) 씨는 김 군수가 지난 22일 발표한 성명서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 씨는 “국방부에 사즉생의 각오로 건의했다는데, 군수님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죽기를 각오한 적도 없고, 자신이 살기 위해 소수 주민을 죽여달라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민 생존권 보호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데, 군수가 생각하는 제3지역은 성주 군민이 사는 곳이 아닌지 묻고 싶다”라며 “주민 간, 지역 간 이간질하려는 국방부에 동조하고 있다. 소수 주민을 죽이는 데에 동참해달라는 군수가 세상천지에 어디 있나”라고 비난했다.
김윤성(초전면) 씨는 “군수는 뭐가 두려워서 몇 사람 세워놓고 성명을 발표했나. 4만5천 군민 희생 안 된다고 한 사람이 군수다. 4천5백, 45명이라도 죽이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라며 “내일 또 못된 짓을 하려고 한다. 제3부지는 미국이 결정하는데 어리석게도 국방부 말을 믿고 있는 군수가 걱정스럽다”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김충환(수륜면) 씨는 “국방부가 계속 이간질한다. 웃으면서 받아주자. 제3부지로 몰아가는 이유도 김천과 우리를 이간질하려는 것 김천과 우리가 뭉쳐서 사드를 막아내야 한다. 더 이상 속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촛불집회만 하면 된다. 국회가 나설 거고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유엔에 사드 반대 성명도 냈으니 유엔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군민은 29일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사드 철회를 위한 미사에 참석거나, 같은 날 성주군청에서 열리는 ‘궐기대회’에도 “제3부지는 미국”이라는 피켓을 들고 찾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