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얼마 전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이 뉴스민에 기고한 (구미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망, 월 1만원 결의를 부탁드립니다)는 글을 읽고 2015년 총파업 투쟁으로 수감 중인 배태선 민주노총 전 조직쟁의실장으로부터 편지가 도착했다.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한 기금마련 CMS 신청]
동지들 잘 지내시죠? 민주노총 전 조직쟁의실장 배태선입니다.
기름 한 방울만 떨어져도 금방 자글자글 소리가 날 것 같은 독방 안에서 막바지 여름 징역을 잘 견디고 있습니다. 이 가마솥더위에 바깥에서 온몸으로 노동하고 투쟁하는 동지들을 떠올리면 ‘이 정도는’ 그냥 참아집니다.
며칠 전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가 뉴스민에 기고한 호소문을 봤습니다. “투쟁하는 우리가 가장 두려운 것은 자본의 악랄하고 치졸한 탄압이 아닙니다. 우리가 두려운 것은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없어서 투쟁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고립되는 것입니다.” 이게 어떤 심정인지 애가 타고 가슴 저미는 고백인지 압니다.
자본에게 패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싸움을 포기하여 떠나는 동료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사무치는 서러움인지 압니다. 그 절절함이 목젖을 타고 가슴을 눌러왔습니다. 저리고 아팠습니다.
아사히비정규직 동지들은 노조를 만든지 한 달 만에 업체 폐업과 전원 계약해지를 당했습니다. 원청인 아사히글라스의 부당노동행위가 중노위에서 밝혀졌으나 자본은 ‘누가 더 질긴가 끝까지 가보자’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저들은 우리의 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긴 병에 효자가 없듯 긴 투쟁을 버틸 노동자가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조에 가입하겠다는 결심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생존을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사히 동지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공장과 삶을 바꾸는 건 노조밖에 없다’, ‘여기서 못 바꾸면 평생 이렇게 살아야 된다’, ‘몰랐으면 몰라도 알게 된 이상 끝까지 가보자’며 시작한 투쟁이 1년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 2번의 희망퇴직과 행정대집행에 의한 폭력적 농성장 침탈로 23명의 조합원이 남게 되었지만 이들은 옹골찬 노동자로 성장했습니다. 전국의 숱한 투쟁사업장과 연대하며 『노동자는 하나』 임을 몸으로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이 자랑스런 동지들의 투쟁과 존엄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월 1만원을 2,300명이 결의해 투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절박한 호소에 응답해 주십시오. 아사히 동지들은 말합니다. “우리의 이 두려움이 기우였음을 동지들의 뜨거운 연대의 손길로 확인시켜 주시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라고.
동지들께 부탁드립니다. 이제 우리가 저 두려움을 자신감으로 바꿉시다. 투쟁은 멈추지 않는 한 전진하고, 포기하지 않는 한 승리합니다. 투쟁하는 모든 동지들의 승리를 꼭 보고 싶습니다. 건강하십시오.
2016년 8월 23일 배 태 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