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보는 일이라 부족할 때도 많다. 촛불 의견이 투쟁위에 전달이 잘 안 된다는 느낌도 받았을 겁니다. 잘 접수해서 충분히 토의하고 고칠 점이 있으면 잘 고쳐서 만들어가겠습니다. 며칠 사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봤을 겁니다. 하지만 단 하나, 사드 반대는 분명합니다. 그리고 오늘 회의에서도 촛불이 꺼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잘못한 점 있으면 질책해주시고, 사과드릴 부분은 사과하겠습니다. 감사한 촛불 여러분,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이어갑시다”
24일 43차 사드 배치 철회 성주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김안수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의 말이다. 22일 김항곤 성주군수의 제3부지 검토 요청 이후 성주투쟁위는 흔들렸지만, 흔들리지 않은 군민들의 촛불이 성주투쟁위를 지켰다.
이날 저녁 8시 성주군청 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는 1천여 명이 참석해 “사드 철회” 요구를 이어갔다. 문화제가 시작할 즈음 군청 광장에는 3백여 명밖에 모이지 않았지만, 저녁 9시께는 1천여 명까지 촛불이 늘어났다. 별고을참외 작목반에서 떡을 나눴고, 수륜 국악협회 흥소리, 청우회, 생활개선회, 성주성당에서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김충환(수륜면) 씨는 “투쟁위 싸움 붙이고, 촛불집회 열 받게 만드는 게 국방부가 원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싸우면 안 된다. 우리가 싸워야할 대상은 청와대와 국방부고, 미국에 요청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군청 공무원이 마을마다 다니면서 ‘이제 촛불 끝났으니 안 나와도 된다’ 등의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데 이게 군수님 욕 먹이는 일이다. 우리는 사드만 막으면 된다. 이간질에 속지 말자”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베트남전쟁을 언급하며 “우리는 월남패망이라고 알았지만, 미국과 전쟁에서 이긴 겁니다. 베트남의 지압 장군(Vo Nguyen Giap 武元甲)이 어떻게 이겼는지 묻는 말에 이렇게 말했다. 저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싸우지 않으니 이기더라”며 “우리도 저들이 원하는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싸워야 한다. 미국과 청와대와 정부, 국방부는 힘이 세지만, 우리는 약하다. 저들이 원하는 군수, 군의원, 촛불집회 이간질에 속지 않고 우리 방식으로 싸우자”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
끝으로 김 씨는 “이틀 전에 전기가 꺼졌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 불평 없이 초만 들고 집회했다. 그날 전기 안 틀어준다고 항의하면 다음 날 안 들어오는 거다. 국방부는 우리가 폭력을 조금이라도 행사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우리가 세계적 업적을 남기려는데 정부가 막고 있다”며 “사드 반드시 막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저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싸우지 말자. 여기 있는 어느 한 분도 다쳐서는 안 된다. 저들이 우리를 약 올리고 화나게 하지만, 우리는 촛불만 켜고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여상문(대가면) 씨는 “저는 산골 할머니, 할아버지들 군청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하는데 교통수단도 없고 불편한 사람들에게 소식 전해드리고 다녔다. 군청 마당에서만 열심히 하고, 다른 지역에서 촛불이 타오르면 목표가 빨리 달성되지 않겠습니까”라며 “태산명동 서일필이라고, 태산이 울고 막 흔들려서 큰 인물이 날 거라고 했는데 쥐새끼 한 마리가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군수님은 서일필이 되어서는 안 된다. 태산을 지키는 이무기 정도는 되어야 한다. 군수님이 꼭 돌아오셔서 우리 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윤호(가천면) 씨는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가 국방부에 물어봤다. 왜 사드를 배치했냐고 하니까 국방부에서 TK지역에서 그렇게 반발할 줄 몰랐다고 대답했다더라. 그리고 김천지역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이철우는 ‘사드는 주민들하고 합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직 우리를 짐승들처럼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배 씨는 “이제는 우리가 알았다. 새누리당 박근혜 정부는 거짓말하는 정부, 부도덕한, 무능한, 무식한, 의리 없는 정부. 국회의원, 군의원, 도의원, 군수 다 마찬가지다. 동시에 4명 군의원은 탈당하고 나왔다. 그분들과 함께 힘을 모아 사드를 막아내자”며 “새누리당은 나쁜 당이라는 걸 알았다. 우리가 힘을 모아 몰아낸다면 다음번 선거에서 꼭 기억했다가 새누리당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표를 주지 말자”고 말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성주군민들의 문화공연이 이어졌다. 성주문학회의 시 낭송, 예그린의 노래 공연, 평사단(평화를사랑하는예술단)의 율동 공연이 함께 했고, 군민들은 매일 촛불을 계속 밝히자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