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41차 성주 촛불집회. 결국 성주군청이 전기를 끊고 문을 걸어 잠갔다. 이날은 집회에 앞서 김 군수가 촛불 집회의 구호인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와 다른 의견을 공식화한 날이다. 김 군수는 이날 ‘제3부지’ 검토를 국방부에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드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을 등진 셈이다.
군청이 노골적으로 촛불집회를 ‘보이콧’하자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는 급히 대책을 마련했다. 인근 상가의 지원으로 대체 화장실을 마련하고, 발전기를 돌려 최소한의 조명과 음향장비만 사용해 집회를 진행했다. 부족한 빛은 군민들이 촛불로 채웠다. 군민들은 “별고을 성주에서 오랜만에 별이나 보자”며 담담히 촛불을 이어갔다.
오후 8시, 군민 1천200여 명이 참여한 촛불 집회에는 김항곤 군수를 향한 지탄이 쏟아졌다. 또, 급하게 흘러가는 사드 철회 투쟁에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나선 군민도 있었다. 김국동(초전면, 41) 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꾸밈없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여러 차례 박수 환호를 받았다.
“어제부터 촛불 집회에 처음 나왔습니다. 저는 ‘정부가 하는데 어떻게 이기겠어’라고만 생각했어요. 오늘 성주에서 나는 쌀, 엄마가 농사지은 쌀로 밥 해먹고 된장 끓여 먹고 왔습니다. 근데 왜 (제3부지 검토에 찬성한 일부) 투쟁위는 가축 사료를 먹었는지, 왜 돼지 새끼 같은 행동을 합니까. 저는 딸 둘이 있습니다. 저는 무식해서 영어로 사드 스펠링도 모릅니다. 우리 애들이 묻습니다. 사드가 뭐냐고. 공부를 못해서 그냥 나쁜 거라고만 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나중에 우리를 원망할까 봐 무섭습니다. 김 군수님, 살면서 군수 원망한 적 한 번 없습니다. 그렇게 조용하게 산 군민들인데 군수님 삭발도 하고 단식도 하시더니 지금은 갑자기 워싱턴 백악관에 찰스 군수가 와서 있습니까. 사드 배치를 찬성하고 있습니다. 양고기 먹고 돌변했습니까. 임진왜란때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도망갔습니다. 일제시대 이완용이가 우리나라를 팔아 먹으려고 했습니다. 성주 군수는 성주군을 사드에 팔아 먹으려고 합니까. 저는 무식하지만, 소신이 있습니다. 아무리 무식해도 우리가 똘똘 뭉치면 한반도에 사드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기무사가 와서 사찰해도 잃을 게 빤스 한 장밖에 없습니다. 우리 군민도 잃을 게 없습니다. 한반도에 사드는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지켜야지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습니다.”
클래식기타로 공연한 기타리스트 박종호 씨는 “언론은 성주 투쟁의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다. 나도 잘 몰랐는데 페이스북을 보고 집회 소식을 들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며 “촛불이 들풀로 피어올라 한반도를 사드 반대의 불길로 태우는 그 날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충환(수륜면) 씨는 “국방부는 성산포대가 최적지라더니 나중에 골프장이 최적지라고 할 텐가. 웃기는 이야기”라며 “투쟁위가 제3부지를 추천해달라고 하는 순간 투쟁위는 동력을 잃어버리는 거다. 촛불이 명분을 지키고 있어서 국방부는 명분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영길, 백철현 투쟁위원장과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명섭, 곽길영, 배명호 의원은 우리가 지켜주고 사드 투쟁에 함께하자”라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도 자유발언과 공연이 2시간가량 이어져 오후 10시께 끝났다.
한편, <뉴스민>은 집회 전 오후 7시경 김항곤 성주군수와 김세환 부군수에게 군청 폐쇄 사유를 묻기 위해 여러차례 전화를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날 군청 출입문에는 ‘출입금지’라고 적힌 인쇄물 외에 별다른 안내사항은 찾아볼 수 없었다.